올 3분기 영업익 1조 돌파 예상…해상 운임 상승 덕분
해운업계, 하림 포기 이후 매각 협상 재개 가능성 주목
산은·해진공 지분율 67% 육박…충분한 자금력 관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홍해 사태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해상 운임 상승에 힘입어 분기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할 전망이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3조3653억원, 영업이익 1조1818억원으로 집계됐다. HMM의 지난해 3분기 매출 2조1266억원, 영업이익 758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1조2387억원(58.2%↑)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1조1060억원(1459.1%↑) 급증했다.
특히 HMM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31.5%포인트 상승한 35.1%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HMM의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2022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584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을 불과 1개 분기 안에 벌어들인 셈이다.
경기선행 산업인 해운업 특성상 HMM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올해 하반기 실적 부진이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예멘의 친이란 반군인 후티의 위협 등으로 홍해 운항이 중단되고, 수에즈 운하의 병목 현상으로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선박이 늘면서 해상 운임이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 글로벌 해상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월 초 3700포인트 선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9월 말 880포인트 수준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된다. SCFI는 상하이해운거래소가 집계하는 상하이 수출 컨테이너 운송 시장의 15개 항로 스팟 운임을 반영한 운임 지수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신규 선박 인도가 늘어나고 수에즈 운하 통항이 정상화되면서 운임이 다시 하락할 수 있지만, 선사들이 탄력적인 공급 조절 전략을 펼치면서 이전 같은 운임 폭락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HMM의 2만4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HMM상트페테르부르크’호.<사진제공=HMM>
해운업계는 HMM이 해상 운임 상승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을 이뤄낸 만큼 매각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HMM 매각 협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던 하림은 인수 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HMM 인수를 포기했다.
다만 HMM의 정부 측 지분 가치가 8조원을 넘기면서 이른 시일 내에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국내 기업을 찾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의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지분은 각각 33.73%, 33.32%로 합산 지분율은 67.05%로 나타났다.
최근 산은과 해진공은 6600억원 규모의 제196회 무보증 사모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권을 행사했다. 앞으로 남은 영구채는 7200억원 규모의 제197회 CB로, 내년에 전환되면 산은(36.02%)과 해진공(35.67%)의 합산 지분율은 71.69%에 육박하게 된다.
HMM의 시가총액이 현재 약 12조8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현재 보유한 지분 가치는 8조5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고, 덩치가 더욱 커진 HMM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인수전에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HMM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매각 추진 당시보다 좋아진 부분을 감안하면 몸값은 더 오를 것”이라며 “HMM은 해운업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 플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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