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출’ 힘 싣는 지방은행, 판로 개척에 안간힘
지역경기 침체에 전국으로 영업 범위 확장
지방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핀테크와의 협업 범위를 기존 대출 중개를 넘어 공동대출로까지 넓혀가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로 성장성이 악화하면서 고객 기반을 전국구로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지주는 인터넷은행과의 공동상품 출시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광주은행은 지난 8월 토스뱅크와 손잡고 ‘함께대출’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급여소득자가 대상인 신용대출로 광주은행과 토스뱅크가 50%씩 대출자금을 부담한다. 대출 실행과 관리는 토스뱅크가 맡는다.
광주은행과 토스뱅크의 함께대출은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내놓은 첫 공동대출이다. 출시 62일 만인 지난달 말 기준 대출 실행액은 1500억원을 넘어섰다. 양사는 함께대출의 흥행 요인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와 신용점수 기준, 고객 편의성 등을 꼽았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은행업권에서 두 개 이상 은행이 공동상품을 출시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이벤트”라며 “연말까지 2500억원, 내년에는 최하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JB금융의 또 다른 은행 계열사인 전북은행은 카카오뱅크와의 공동대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인가 획득을 위해 금융당국과 접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NK경남은행은 모바일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으로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전북은행 사례처럼 대출 재원을 절반씩 부담하진 않지만, 토스의 대안평가정보인 ‘토스스코어’를 통해 씬파일러(Thin filer, 금융이력 부족자)들에게 대출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양사는 향후 대출 대상자를 개인사업자와 전문직군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지방은행이 외부 플랫폼사와의 협업에 나선 배경에는 지역경기 침체에 따른 성장 동력 정체가 자리한다. 거점지역에서 고객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영업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기 위한 경영 전략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8월 내놓은 ‘변화의 기로에 선 지방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대비 비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2012년 50.7%에서 2022년 47.5%로 10년 새 3.2%포인트 하락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지역경제 개발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온 지방은행은 지방 인구감소 및 경제 침체를 겪으며 성장이 둔화했다”며 “기업 및 기관영업에서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가 가속화되고, 가계 부문에서 인터넷은행과의 금리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727조342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0%(66조3598억원) 증가했지만, 부산·경남·광주·전북 등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0조8781억원으로 3,9%(3조4524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옛 대구은행)가 새 비전으로 ‘뉴 하이브리드 뱅크’를 선포한 것도 지방은행의 외부 협업 확대와 무관치 않다. iM뱅크는 지방은행으로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대출 영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한편, 비대면 채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이 디지털 전환 등으로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인터넷은행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외부와의 경쟁보다는 협업 구도를 만들어 고객 기반 확장 등 신시장 개척에 주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