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진 글로벌 경제, 재계인사 임박…삼성·SK·LG, ‘인적 쇄신’ 강도 커진다

시간 입력 2024-11-06 17:30:00 시간 수정 2024-11-06 16: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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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사 방향성, ‘위기 속 안정’보다 ‘과감한 쇄신’ 방점
‘반도체 경쟁력 약화’ 삼성, 올해 정기 인사 ‘칼바람’ 불 듯
DS 부문 사장단 대거 교체 전망…이달 중 이른 인사 가능성
‘수시 인사 단행’ SK, 연말 인사 규모 예상보다 축소될 듯
LG, 사업 보고회 마무리 후 이달 말께 정기 인사·조직 개편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삼성, SK, LG 등 국내 굴지 대기업들의 정기 인사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 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상당수 기업들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그 어느때 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맞춰, 주요 대기업의 연말 인사 방향은 ‘위기 극복을 위한 인적 쇄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오랜 기간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로 군림해 온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선두 자리를 내주는 등 전례 없던 위기에 봉착한 삼성이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삼성이 정기 인사를 통해 성과에 입각한 ‘신상필벌’과 리스크 대응을 위한 파격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할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 인사의 방향성은 ‘위기 속 안정’보다 ‘과감한 쇄신’에 맞춰질 전망이다.

가장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이 예고되는 기업은 재계 큰 형님인 삼성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부진으로 전방위적인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올 3분기 삼성전자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9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스마트폰과 PC 등 IT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는 탓에 주력 제품인 범용 D램의 판매가 부진했고, 반도체 사업 부문에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실적이 저조했다. 올 3분기 DS 부문 영업익은 3조8600억으로, 4조원을 하회했다.

더군다나 삼성 반도체가 올 3분기 7조300억원의 영업익을 거둔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적을 거두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삼성이 ‘만년 2등’으로 여겨지던 SK하이닉스에 ‘메모리 최강자’ 자리를 내준 셈이다.

재계에서는 우선, DS 부문을 중심으로 ‘칼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반응이다.

먼저 DS 부문 사업부장들의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2020년 말에,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2021년 말에 각각 선임됐다. 재계는 삼성이 지난 3~4년 간 각 사업부를 이끌어 온 이들 사업부장에 반도체 경쟁력 약화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체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삼성이 이미 앞서 DS 부문장을 교체한 바 있는 만큼 정기 인사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올해 5월 DS 부문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

사내이사 4명 중에서는 노태문 DX(디바이스경험) 부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 사장과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사장, 이정배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 사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삼성의 연말 인사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삼성전자는 매년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단행한다. 다만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 앞당긴 11월 말에 인사를 실시했다.

당장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인공지능) 반도체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 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초일류기업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AI 칩 경쟁력 확보라는 시급한 숙제를 떠안고 있다. 이에 지난해보다 더 이른 이달 중에 인사를 단행해 위기 극복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울러 최근 실적 부진을 감안하면 임원 승진 규모도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사진=SK하이닉스>

위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AI, 반도체 등 그룹 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을 추진 중인 SK그룹은 예년처럼 12월 초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SK의 정기 인사 규모는 다소 축소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SK는 이미 지난해 말 부회장단을 전격 교체한 바 있다. 올 5월과 6월에는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사장을 교체했다. 이달 1일 합병 법인을 출범한 SK이노베이션은 합병에 앞서 지난달 SK에너지 등 계열사 3곳의 CEO(최고경영자)를 교체하며, 인적 쇄신과 조직 재정비에 나선 바 있다.

이처럼 올해 SK가 수시로 인사를 단행한 만큼 연말 인사 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SK는 지난달 31일부터 사흘 간 열린 ‘CEO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기 인사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통상 한달 간 진행되는 계열사별 사업 보고회 이후 조직 개편과 인사 작업에 돌입한다. 사업 보고회는 지난달 21일부터 전자 계열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사업 보고회가 마무리된 이후 LG는 이달 말께 조직 개편과 연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성과주의와 미래 준비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지난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차례로 용퇴한 가운데, 현재 2인 체제인 부회장단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LG전자>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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