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캠페인 성공 시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저평가 심화”

시간 입력 2024-10-21 11:12:57 시간 수정 2024-10-21 11: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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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지배구조 규제 강화 등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 입법 지양해야

행동주의 캠페인 전후 기업 가치의 상대적 변화. <자료=한국경제인협회>

지배구조 규제 강화 등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저평가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1일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경협은 2000년 이후 행동주의 캠페인을 겪었고, 시가총액(시총)과 자산이 10억달러(약 13조원) 이상인 미국 상장사 970개사를 대상으로 행동주의 캠페인 성공 여부에 따른 기업 가치를 분석했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실패한 기업은 각각 549개사, 421개사였다.

그 결과,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기업들은 단기간에 기업 가치가 일부 개선됐으나 장기적으로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기업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 캠페인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사항(펀드가 지명한 이사 임명 등)을 관철하기 위해 전개되는 모든 전략을 뜻한다. 주주 제안, 위임장 대결, 소송 제기 등이 모두 포함된다.

보고서는 특히 행동주의 캠페인이 주로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짚었다.

캠페인이 실패한 기업들의 가치를 100%로 가정했을 때, 캠페인이 성공한 기업들의 가치는 3년 이내에 83.9%에서 85.3%로, 1.4%p 개선됐다.

그러나 캠페인 성공 4년 이후에는 기업 가치가 다시 2.4%p 하락한 82.9%를 기록하며 저평가가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이후 장기적인 기업 가치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1%p 악화됐다”며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하락시키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또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할 경우 고용과 투자 축소로 인한 기업 펀더멘털 약화가 우려된다고도 지적했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단기적으로 성공 1년 전부터 성공 1년 후까지 총 2년 간 고용은 평균 3.0%, 자본적 지출은 평균 10.7% 감소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고용은 5.6%, 자본적 지출은 8.4%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당도 단기간엔 평균 14.9% 증가하나 장기적으로는 캠페인 성공 이전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단기적으로 고용과 투자를 줄이고 배당을 늘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고용과 투자 감소 등 기업 펀더멘털이 악화해 기업 가치 저평가가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시키는 만큼 기업 밸류업 차원에서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 여건 구축을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몇 년 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활동은 지배구조 규제 정책의 강화와 함께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영국 데이터분석기관 ‘인사이티아(Insightia)’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목표물이 된 한국 대상 기업 수는 2017년 3개에서 2019년 8개, 지난해 77개로, 최근 5년 사이 9.6배 증가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주주 확대, 집중 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지배구조 규제 법안이 입법화할 경우, 행동주의 캠페인 활성화와 성공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선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집중하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며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본질적인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등 행동주의 펀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입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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