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분기 매출 전망치 약 217억달러…2018년 3분기 이후 최고
‘HBM 1등’ SK는 128억3400만달러…인텔 제치고 글로벌 3위 등극
K-반도체, 잇따른 실적 하향 조정 흐름 딛고 수익성 제고 기대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AI(인공지능) 반도체 특수에 힘입어 올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한파’를 이겨 내고 올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예상보다 더딘 IT 수요 회복으로 하반기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19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매출 기준 올 3분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를 제외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치는 1758억6600만달러(약 233조7787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2분기 1621억800만달러(약 215조4740억원) 대비 8.5%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는 AI 특수의 최대 수혜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로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올 3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281억300만달러(약 37조3180억원)로 추정됐다. 이에 올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16.0%)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기 매출 300억 달러선은 붕괴될 것으로 관측됐다. 앞서 지난달 28일 엔비디아는 2025 회계연도 2분기(올 5~7월) 매출액이 300억4000만달러(약 39조8781억원)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135억700만달러(약 17조9346억원) 대비 무려 122% 급등한 것으로,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3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와 함께, K-반도체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엔디비아에 이어 글로벌 시장 2위에 오를 것으로 점쳐졌다. 올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 전망치는 217억1200만달러(약 28조8010억원)로 추산된다. 이는 2018년 3분기(210억1500만달러) 이후 6년 만에 최대 매출액이다. 최고 기록을 경신한 삼성전자의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2.3%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HBM(고대역폭메모리) 1등’ SK하이닉스의 위상도 높아질 전망이다. 올 3분기 SK하이닉스의 매출 전망치는 128억3400만달러(약 17조307억원)로 예상됐다. SK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3%로, 세계 3위에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AI 열풍에 힘입어 HBM을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주목할 점은 SK하이닉스가 최근 위기에 봉착한 인텔을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 3분기 인텔의 매출 전망치는 직전 분기 121억6000만달러(약 16조1509억원) 대비 소폭 줄어든 121억3400만달러(약 16조1164억원)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따라, 인텔의 반도체 시장점유율도 6.9%에 그치면서, SK하이닉스에 3위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한때 삼성전자와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인텔은 지난해 3분기 엔비디아에 1위를 내준 데 이어 같은해 4분기에는 삼성전자에 2위 자리마저 뺏겼다. 그러다 3분기에는 3위 자리마저 SK에 내줄 것으로 보인다.
SK가 인텔을 추월한 것은 옴디아가 2002년부터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을 집계해 발표한 이래 처음이다.
K-반도체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호재가 전해지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증권 업계는 K-반도체의 올 3분기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해 왔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9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기존 13조7000억원에서 무려 4조원가량 떨어진 수치다. 현대차증권도 삼성전자의 영업익 전망치를 기존 14조7000억원에서 11조8000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내려 잡았다.
SK하이닉스도 올 3분기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다. DB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익 전망치를 6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기존 7조원 대비 5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올 상반기만 해도 D램 업황은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부터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HBM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 범용 D램 생산라인을 HBM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면서 D램 공급 과잉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같은 전망은 맞아 떨어지는 듯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올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1달러로, 직전월인 3월 대비 16.67% 급등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2달러대에 진입한 것은 2022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특히 PC 제조 업체들이 IT 업황 개선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D램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D램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그러나 최근 D램 가격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7월보다 2.38% 내린 2.05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선행 지표로 통하는 D램 현물 가격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범용 D램 ‘DDR4 8Gb 2666’의 현물 가격은 이달 6일 기준 1.971달러였다. 이는 연고점인 올 7월 24일 2달러 대비 1.5% 내린 수치다. 더 용량이 큰 ‘DDR4 16Gb 2666’ 제품 가격 역시 7월 23일의 연중 최고가 3.875달러에서 이달 6일 3.814달러로 1.6%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PC 제조 업체들이 올 2분기에 공격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재고 압박이 가중됐다”며 “전반적인 IT 수요 침체와 맞물려 판매 실적이 부진해 PC용 D램 조달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하순에 D램 업체들이 낮은 계약 가격에 메모리 칩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4분기 시작된 가격 상승세가 뒤집혔다”며 “월간 거래량도 상당히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는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B증권에 따르면 현재 D램 업체들의 재고 수준은 지난해 다운턴(하강 국면)과 비슷한 12~16주로 늘어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반도체의 3분기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번에 옴디아가 삼성·SK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으면서 다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의 낙관론에 안주하지 않고 실적 개선 흐름을 계속 이어 가기 위해 HBM 등 고성능 AI 메모리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글로벌 반도체 시장 5위는 브로드컴으로 전망됐다. 브로드컴의 올 3분기 매출 전망치는 84억5200만달러(약 11조2310억원)로 추산됐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4.8%를 기록할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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