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올 10월께 새 AI 칩 ‘어센드 910C’ 선보일 듯
엔비디아 H100과 성능 비등…현지 고객사 관심 높아
미 제재 뚫고 AI 반도체 개발…중국 반도체 굴기 가속화
‘메모리 강자’ K-반도체, GPU 등 AI 칩 경쟁력 미미
삼성, ‘마하-1’ 개발 착수…글로벌 AI 반도체 위상 제고
중국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AI(인공지능) 반도체를 출시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화웨이의 첨단 칩이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에 필적할 만한 제품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AI 칩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처럼 AI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빠른 속도로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K-반도체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메모리를 통해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에서 견고한 입지를 구축하고도,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핵심 AI 반도체 시장은 중국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새로운 AI 반도체 ‘어센드 910C(중국명 성텅 910C)’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칩은 화웨이가 지난해 초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내놓은 AI 반도체 ‘어센드 910B’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화웨이는 최신 칩 출시를 위한 막바지 작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는 최신 프로세서인 어센드 910C 샘플을 현지 고객사에 전달했다”며 “중국 인터넷 및 통신 회사들과 최근 몇 주 간 테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화웨이의 AI 반도체 성능이 엔비디아의 AI 칩과 견줘도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외신들은 화웨이가 잠재 고객사에 “어센드 910C 성능이 엔비디아 ‘H100’에 비견될 만하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H100은 엔비디아 호퍼 아키텍처 기반의 AI 반도체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AI 칩으로는 가장 최신 제품으로 꼽힌다.
화웨이의 첨단 AI 칩은 이르면 올해 10월께 출하될 것으로 보인다. 더 일찍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올 6월 대만 매체들은 화웨이가 7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채택한 어센드 910C를 다음달 출시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화웨이 AI 반도체에 대한 현지 고객사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바이두, 차이나모바일 등이 해당 제품 구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화웨이는 관련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로이터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화웨이가 엔비디아와 비등한 성능의 첨단 AI 칩을 선보일 것이란 소식에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대(對) 중국 반도체 규제를 연일 강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고강도 제재를 뚫고 고성능 AI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2019년 5월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에 화웨이는 미 시장에서 5G(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 등 신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또 미 기업과의 거래가 원칙적으로 제한됐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화웨이에 수출하기 위해선 매우 까다로운 별도의 수출 면허를 획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화웨이는 반도체 등 첨단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 상무부는 2022년 8월 중국군이 AI용 GPU를 사용할 위험이 있다며 엔비디아와 AMD에 관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의 AI 칩 ‘A100’과 H100의 중국 수출에 큰 차질이 생겼다.
같은해 10월엔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중국에 첨단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미 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첨단 장비를 통해 반도체를 제조하고, 이를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강도 높은 대중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해당 조치는 △18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을 사용한 로직 칩(16nm 내지 14nm) 등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엔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AI, 양자 컴퓨팅 등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 명령도 발표하기도 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해당 조치로 안보 이익에 직결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투자가 전면 금지되고, 다른 민감한 투자에 대해서는 신고가 의무화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미 상무부가 화웨이에 반도체 등을 수출하는 일부 업체에 대해 수출 면허를 취소했다. 이에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 정부 조치에 따라 수출 면허 즉시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등을 겨냥한 미국의 고강도 규제로 중국 반도체 산업은 타격을 입었지만 동시에 반도체 자립을 위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화웨이가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AI 반도체를 개발하면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AI 칩 시장을 중국이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K-반도체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반도체가 HBM 등 AI 메모리 시장에선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GPU 등 AI 반도체 시장에선 이렇다할 입지를 다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K-반도체도 서둘러 AI 칩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위기론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AI 칩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추론에 특화된 AI 반도체인 ‘마하-1’을 개발키로 한 것이다. 추론은 AI가 이미 학습한 수많은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명제를 도출하는 것을 뜻한다.
마하-1은 GPU와 HBM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HBM 대신 저렴하고 가벼운 저전력 D램을 사용해도 LLM 추론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전력 효율을 최대 8배 높일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또 GPU와 메모리 사이 병목 현상이 8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 4분기부터 본격 생산될 예정인 마하-1의 최대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AI 반도체는 크게 학습용과 추론용으로 나뉜다. 최근 들어 AI 칩 시장은 학습용에서 추론용으로 중요도가 변하는 추세다. AI 서비스 대중화로 전력 소모나 비용을 줄인 추론용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추론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억달러(약 8조1486억원)에서 2030년 1430억달러(약 194조2083억원)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 글로벌 시장에는 추론에 특화된 AI 칩이 없다. 이에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가 학습과 추론에 모두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엔비디아 AI 칩 가격이 워낙 비싸 구입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마하-1이 엔비디아의 대체 AI 반도체가 될 것으로 꼽고 있다. 마하-1의 판매 가격은 5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엔비디아 H100의 가격이 4만달러(약 5432만원)임을 감안할 때 마하-1은 10분의 1 수준의 적은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두 번째 추론 칩인 ‘마하-2’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일부 고객들은 1조개 파라미터 이상의 큰 애플리케이션에 마하 칩을 쓰고 싶어 한다”며 “생각보다 더 빠르게 마하-2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