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한경협 회비 납부 ‘긍정적’…4대 그룹 품은 한경협, 핵심 경제단체 위상 제고하나

시간 입력 2024-08-02 17:10:57 시간 수정 2024-08-02 17: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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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G 중 한곳, 이르면 이달 중 회비 35억원 낼 듯
4대 그룹 중 지난달 초 납부한 현대차 이어 두 번째
한경협, 7년여 만에 대표 경제단체 재도약 귀추 주목
삼성은 여전히 고심 중…준법위 “정경유착 쇄신 의문”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SK>

SK와 LG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납부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그룹이 실제로 납부한다면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4대 그룹이 한경협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된다. 4대 그룹이라는 천군만마를 얻게 된 한경협이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SK와 LG는 한경협이 요청한 회비 35억원에 대해 검토 및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두 그룹 중 SK가 조금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는 계열사별로 회비 납부에 대한 이사회 보고를 마치고, 납부할 계열사 선정과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에 비해 신중 모드이긴 하나 LG도 회비 납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K와 LG가 한경협 회비 납부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이달 중 두 그룹 가운데 한곳이 회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럴 경우 4대 그룹 중 지난달 초 회비를 납부한 현대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국내를 대표하는 4대 그룹이 한경협에 합류하면서 한경협이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시절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전경련을 탈퇴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는 형식상 회원으로 남아 있었다. 삼성 계열사 5곳(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SK 4곳(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현대차 5곳(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 2곳(㈜LG·LG전자) 등이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열린 총회에서 한경협이 한경연을 흡수 통합키로 하면서, 이들 4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한경협 회원사에 자연스레 합류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모두가 6년 6개월 만에 전경련의 후신인 한경협에 복귀한 것이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LG전자>

최근 이들 4대 그룹 중 3곳이 회비를 납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재계에서 한경협의 대표성은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나아가 4대 그룹 중 가장 맏형인 삼성까지 회비를 납부할 경우 한경협은 7년여 만에 국내 최대 경제단체로서 재도약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삼성이 한경협 회비를 납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회비 납부와 관련해 후속 논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삼성이 한경협에 회비를 내기 위해선 준법위가 지난해 8월 발표한 ‘한경협 가입 권고안’에 따라 회비 납부 전 준법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한경협이 정경유착 행위를 비롯해 회비나 기부금을 기존 목적 외에 부정하게 사용하면 즉시 탈퇴해야 한다는 권고 사항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삼성의 한경협 회비 납부 여부는 준법위 손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삼성 준법위는 한경협이 ‘정경유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쇄신을 마무리했는지 의문스럽다는 입장이어서 삼성의 회비 납부는 쉽사리 추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찬희 삼성 준법위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법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에 대해 위원들의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회비 납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한경협으로 변한 이유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한 취지였는데, 지금 상황이 인적 구성이나 물적 구성에 있어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겼는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한경협 스스로 한번 검토해봐야 할 문제다”며 “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 시스템적으로 그게 가능한지를 검토한 후 (한경협 회비 납부에 대해) 다시 논의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4대 그룹 중 삼성만이 한경협 회비 납부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선 종국엔 4대 그룹 모두 회비를 내고 한경협에 본격 동참하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 안팎에는 큰 틀에서 한경협 회비 납부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기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결국 4대 그룹 모두 회비를 납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경협은 4대 그룹 외에도 새 식구 맞이에 힘쓰고 있다. 한경협은 올 2월 이사회를 열고, 회원 가입을 신청한 20개사의 신규 회원사 가입 안건을 의결했다.

한경협의 새 회원사로 이름을 올린 20개사는 △고려제강 △동성케미컬 △동아일렉콤 △롯데벤처스 △매일유업 △삼구아이앤씨 △삼표시멘트 △아모레퍼시픽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LIG △웅진 △위메이드 △케이이씨 △KG모빌리티 △포스코홀딩스 △한국생산성본부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휠라홀딩스 등이다.

이 중 위메이드의 입회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한경협에 게임 업체가 가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한경협의 글로벌 도약 비전에 뜻을 함께하고자 가입을 결정했다”며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위메이드도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에 새 식구를 확보한 한경협은 외연을 더욱 확장하게 됐다. 한경협 회원사는 총 427개사로 늘어났다.

이뿐만 아니다. 네이버, 카카오, 하이브 등 IT,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한경협 가입을 오랜 기간 타진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경협 회원사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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