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인수 이어 보험 포트폴리오 확장 꾀해
시장 대어 롯데손보 포기…한양증권 인수도 “사실무근”
주주환원과 M&A 사이에서 줄타기

우리금융지주는 그동안 보험사나 증권사, 카드사 등 비은행 금융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때마다 항상 인수설에 이름을 올렸다. 5대 금융지주 중 주력 자회사인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 인수설에도 우리금융은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이는 대내외적 여건과 재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옥석 가리기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지난해 순이익 2조5161억원 가운데 우리은행의 순이익은 2조5159억원으로 그 비중은 99%에 달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은행 순익 비중이 60%대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가 높은 배경에는 카드·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부진도 있지만, 보험·증권 계열사의 부재도 한몫한다. 우리금융은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을 매각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2021년 12월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율을 낮춘 데 이어, 올해 3월 잔여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완전민영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취임한 임종룡 회장은 올해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통한 그룹 경쟁력 강화 원년’으로 삼아 비은행 인수합병(M&A)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첫 타자는 증권사였다. 우리금융은 지난 5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자회사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했고, 다음 달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앞두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1000억원 규모로 업계 18위 수준이다.
최근에는 중국 다자보험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두 생명보험사는 자산 합계가 50조원에 달하는 알짜매물로 분류된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종합금융지주사로서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에 속도를 높이면서도 무리한 확장은 경계하고 있다. 보험 M&A 시장 대어로 꼽혔던 롯데손해보험의 인수전에 예비입찰에는 참여했지만, 본입찰에는 발을 뺐다. 2조원대에 달하는 롯대손보 인수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불거진 한양증권 인수설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수한 한국포스증권의 시장 지위가 낮기에 증권사 추가 인수로 외형을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우리금융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를 최우선으로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의 CET1은 지난 3월 말 기준 12%로 목표치인 13%는 물론, KB금융(13.4%), 신한금융(13.1%), 하나금융(12.9%)보다 낮다.
특히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국내 금융지주들이 주가부양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조(兆) 단위 M&A에 나서는 우리금융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CET1이 M&A는 물론, 손실흡수와 주주환원 등 여러 부문에 중요한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승건 KB금융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경쟁 금융지주 대비 낮은 CET1 속에서 비은행 자회사 확장이 추진되고 있어 주주환원율 제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양생명과 ABL 생명의 인수가 결정된다면 인수가격, 이후 완전자회사 추진 여부 등에 따라 CET1 부담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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