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3E’ 테스트 통과 임박…엔비디아에 HBM 공급 기대감↑

시간 입력 2024-07-17 18:00:00 시간 수정 2024-07-17 16: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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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포스 “삼성, 올 하반기 HBM3E 출하 시작할 듯”
HBM3E 12단 제품 주목…AI 메모리 중 최고 솔루션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납품 시 HBM 주도권 확보 전망
31일 실적 발표 때 HBM3E 검증 여부 공개될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에서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메모리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둘러싸고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HBM3E’가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자존심을 회복하고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의 공급망 파트너 중 일부는 최근 (HBM과 관련해) 가능한 한 빨리 주문하고 용량을 예약하라는 정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트렌드포스는 “이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에 원활하게 HBM 출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달 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3E 제품에 대한 PRA(Production Readiness Approval)를 완료하고, 양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PRA는 삼성전자 내부 검증 절차로, 통상 양산 직전 단계로 간주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측은 “HBM3E 양산 등에 대해선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올해 안에 HBM3E 인증·양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공급망에 포함된 일부 대만 업체들은 삼성 HBM3E가 곧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을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이들 공급망 업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삼성은 마침내 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메모리 업체 중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아직 HBM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삼성은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 5월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5세대 HBM인 HBM3E 8단·12단 제품이 발열 등 문제로 인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내고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며 반박했다.

삼성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의심이 해소되지 않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반박하기도 했다. 황 CEO는 올 6월 대만 타이베이 그랜드 하이라이 호텔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HBM이 발열 등 문제로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그런 이유로 실패한 것이 아니다”며 “보도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까지도 테스트를 진행 중이었다”며 “삼성과는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고, 아직 테스트는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삼성 HBM3E가 곧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 공략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세계 HBM 시장 1위를 탈환하기 위해 HBM 역량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올 4월부터 D램을 8단으로 적층한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HBM3E 12단 제품은 양산 직전 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D램을 8단으로 적층한 HBM3E 8단 제품은 올 4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며 “업계 내 고용량 제품에 대한 고객 니즈 증가에 발맞춰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제품도 조만간 양산할 예정으로, 램프업(생산량 확대) 또한 가속화할 계획이다”고 확인했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시장에서도 HBM3E 12단 제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4Gb D램 칩을 TSV(실리콘관통전극)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H를 구현했다.

TSV는 수천개의 미세 구멍을 뚫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적층된 칩 사이를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삼성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3GB 용량인 24Gb D램 12개를 수직으로 쌓아 현존 최대 용량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한 HBM3E 12H는 성능과 용량 모두 4세대 HBM인 ‘HBM3’ 8H 대비 50% 이상 개선됐다. 특히 초당 최대 1280GB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1초에 30GB 용량의 UHD 영화 40여 편을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다.

칩 두께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힘썼다. 삼성은 ‘첨단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 NCF)’ 기술로 12단 적층 제품을 8단 적층 제품과 동일한 높이로 구현했다. 첨단 TC NCF 기술을 적용하면 HBM 적층 수를 늘리면서도, 얇은 칩 두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휘어짐 현상을 크게 줄여준다.

삼성의 HBM3E 12H는 AI 서비스 고도화로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는 최근 추세 속에서 최고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당 제품을 활용할 경우 GPU(그래픽처리장치) 사용량이 줄어 총 소유 비용(TCO)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일례로 서버 시스템에 HBM3E 12H를 적용하면 HBM3 8H를 탑재할 때보다 AI 학습 훈련 속도를 평균 34% 개선할 수 있다. 추론의 경우에는 최대 11.5배 많은 AI 사용자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렇듯 다양한 장점을 갖춘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게 된다면 삼성전자는 HBM 패권 다툼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HBM3E 12단 제품은 아직 엔비디아에 공급된 사례가 없다.

송재혁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은 이달 3일 ‘나노코리아 2024’에서 HBM 품질 테스트와 관련해 “열심히 하고 있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는지, 이에 따라 HBM3E를 납품하게 될지 여부를 오는 31일  삼성전자의 올 2분기 확정 실적 발표 및 콘퍼런스콜에서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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