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판, AI 고성능 반도체에 적합한 ‘게임 체인저’로 주목
SKC·삼성전기, 제품 개발 본격화…LG이노텍도 시장 진출 채비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3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커빙턴시에 위치한 앱솔릭스를 찾아 세계 최초 글라스 기판 양산 공장을 둘러보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수펙스추구협의회>
삼성전기, SKC, LG이노텍 등 3사가 유리 기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리기판이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높은 내구성과 전력 효율을 보장하며 AI(인공지능) 반도체 시대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시에 있는 SKC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 자회사 앱솔릭스를 찾아 양산 공장을 둘러보고, 사업 현황에 대해 보고 받았다. 앱솔릭스는 SKC가 2021년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 중 만난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에 유리기판 기술의 경쟁력을 소개하며 직접 세일즈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달 21일 삼성전기 수원 사업장을 찾아 글라스 기판을 비롯해 친환경 그린수소의 핵심 기술인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 사업,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 등 신사업 개발 현황을 보고 받았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의 유리기판. <사진제공=SKC>
유리 기판은 플라스틱 기반의 유기 소재 코어층 대신 유리 코어층을 채용한 기판이다. 기존 소재보다 표면이 매끄러워 세밀한 회로 형성이 가능하고, 열과 휘어짐에 강해 대면적화에 유리하다. 또한 중간 기판이 필요 없어 기판 두께를 25% 줄일 수 있고, 다른 소재에 비해 소비전력을 30% 줄일 수 있다.
특히 최근 AI 시장 확대에 따라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리 기판은 첨단 패키징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 소재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이 뛰어나 미세공정을 요구하는 고사양 반도체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더인사이트파트너스에 따르면, 글로벌 유리기판 시장은 올해 2300만달러(약 311억원)에서 오는 2034년까지 42억달러(약 5조70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같은 성장세에 맞춰 SKC 앱솔릭스, 삼성전기, LG이노텍 등도 유리 기판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앱솔릭스는 올해 조지아주 생산 공장을 완공했으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고객사 인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 5월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가운데 최초로 미 상무부로부터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7500만달러(약 1023억원)를 지원 받기도 했다.
삼성전기도 연내 세종 사업장에 유리기판 파일럿(시험)라인을 구축하고, 내년에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양산 목표 시기는 2026년~2027년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4월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글라스(유리) 기판은 기존 기판 대비 회로 미세화, 기판 대형화에 유리해 AI 서버용 등 고사양 반도체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글로벌 고객사들의 수요를 반영해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고객 로드맵과 연계해 2026년 이후 양산을 준비하는 등 글라스 기반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LG이노텍 역시 유리 기판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회사는 최근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에서 반도체용 유리 기판 개발 인력 충원에 나섰다. 앞서 문혁수 LG이노텍 CEO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주요 고객사인 북미 반도체 회사가 유리 기판에 관심이 많다”며 “그룹 역량을 모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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