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서두름’ 원칙 내세운 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 인하 ‘신중론’ 고수

시간 입력 2024-06-18 17:29:00 시간 수정 2024-06-18 16:31:41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
정부 “금리인하 환경 조성”…한은 “물가 상승압력 여전”
이창용 “통화정책만으로 고물가 해결 안돼…구조개선 고민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주요 국가들이 금리를 인하하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금리 인하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물가 상방압력이 여전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e) 원칙을 되새겨볼 때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본원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주재했다.

◇한은 “물가 완만한 둔화 추세…상승압력은 여전”

이 총재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향후 물가는 최근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둔화를 감안할 때 지난 5월 전망과 부합하는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나갈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2%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2.7%로 낮아졌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2.5%에서 5월 2.2%로 완만한 속도로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한은 물가동향팀은 최근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식료품·의류 등 필수소비재의 물가수준이 높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 생활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품목별 물가수준. <자료=한국은행>

분석 결과 의식주 비용(155)은 OECD 평균(100)보다 크게 높았지만, 전기·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73)과 기타 부문(97)은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의류·신발과 식료품은 각각 OECD 평균의 1.61배, 1.56배였다.

연구진은 높은 생산단가와 유통비용, 제한적인 수입 공급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또 의류 가격의 경우 국내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가 강한데다 고비용 유통 경로 편중, 높은 재고 수준 등이 비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최근의 고물가가 구조적 문제에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는 결론이다.

이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떠한 구조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 금리인하 환경 조성됐다고 판단

신중론을 이어가는 한은과 달리 정부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주요국이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우리나라는 이미 상당 부분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물가 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안정화했다는 판단이다.

성 실장은 “(금리를 내린) 일부 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 물가 안정이 더 돼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지금 충분히 인하할 자신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전망이 제기되는 미국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3%”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1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방한 관광객 증가·서비스업 개선 등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고 있다”며 “경기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그린북에는 정부의 경제상황 인식이 담긴다. 기재부는 특히 이번 그린북에서 ‘물가상승세 둔화’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달 ‘굴곡진 흐름 속에 다소 둔화하고 있다’고 표현했던 것보다 긍정적으로 판단한 셈이다.

이 같은 정부 판단에 이 총재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경로로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며 “어느 분이든지 전문가들이 의견을 주시면 그것을 고려해 금통위에서 결정을 하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전했다.

또 “지난달 예상했던 물가 흐름과 같은 수준으로 가고 있지만, 완전히 목표 수준에 수렴했다고 확인할 수 있는지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7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기다려주셔야 금통위원들과 같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고, 데이터도 조금 더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 통방은 7월과 8월, 10월, 11월 등 총 네 차례를 남겨두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