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자본확충 고심…장기 ‘신종자본증권’으로 레버리지 배율 관리

시간 입력 2024-06-18 07:00:00 시간 수정 2024-06-17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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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카드사 레버리지 배율 5.9배…1년새 0.1배↑
금융자산 늘어난 현대카드, 레버리지 배율 0.6배↑
자본 확충 급한 카드사, 신종자본증권 발행 속도

카드업계가 레버리지 배율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 상황으로 금리 인하 시기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레버리지 배율을 개선하고자 고심에 빠진 가운데, 카드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올 1분기 말께 레버리지 배율 평균치는 5.9배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5.8배)보다 0.1배 높아진 수준이다.

레버리지 배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타인 자본의 의존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된다. 카드사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자본이 많을수록 레버리지 배율은 낮아지며, 이는 곧 타인 자본 의존도가 낮아 손실 완충력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이 1년새 큰 폭 상승했다. 현대카드의 올 1분기 레버리지 배율은 6.7배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6.1배)보다 0.6배 가량 오른 수준이다. 이는 현대카드의 금융자산이 전년 대비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현대카드는 우량회원을 중심으로 금융자산을 운용하며 건전성 지표를 적극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3월 말까지 대환대출을 제외한 현대카드의 금융자산 총액은 6조37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5조5934억원)보다 13.93%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우량회원을 중심으로 금융자산을 확대하면서 레버리지 비율이 소폭 증가했다”면서 “연체율 및 대손충당금 적립율 등 건전성 지표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이어 롯데카드와 하나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이 전년 대비 소폭 올랐다. 롯데카드의 올 1분기 레버리지 배율은 7.3배로, 카드사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전년(7.1배)보다 0.2배 가량 높아진 수준이다. 이어 하나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이 0.1배 오른 5.8배를 기록했다.

이밖에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각각 5.4배, 5.9배로 전년도와 같은 수준의 레버리지 배율을 유지했다. 전체 카드사 중 삼성카드와 우리카드 두 곳만이 전년 대비 개선된 자본적정성 지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카드와 우리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은 각각 3.5배(전년 대비 0.3배 개선), 6.4배(전년 대비 0.2배 개선)로 집계됐다.

카드사의 경우 레버리지를 일으켜 사업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배율이 낮은 것만이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경기가 좋은 시기에 레버리지를 일으킨 후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될 경우에는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레버리지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해당 배율을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무분별한 카드대출 확대를 방지하고, 과도한 외형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레버리지 배율 한도에 대해 8배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다만 직전 1년간 배당성향이 30%보다 높은 카드사에 한해서는 7배로 한도를 강화해 적용하고 있다.

특히 금리가 높고 가계소득이 위축된 현재 업황에서는 자산을 많이 운용할수록 연체 및 부실화 가능성도 높아 카드사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자산을 늘리며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하는데, 현재 업황에서는 레버리지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드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등 자금 조달 채널 다각화를 통해 레버리지 배율 관리에 속속 나서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황이 악화된 상황 아래에서도 카드사들은 수익을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레버리지 배율도 관리해야 하다 보니 카드사 차원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관련 지표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카드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들어 카드사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며 “이 경우 자본이 확충되며 레버리지 배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라고도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자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 외에도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긴 것이 특징이다.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덕분에 하이브리드 채권으로도 불린다. 특히 일반 채권과 달리 일정 부분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을 확충하면 레버리지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지난 2018년 현대카드가 처음으로 발행한 이후 △2019년 롯데카드 △2020년 우리카드가 발행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는 신한카드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롯데카드와 KB국민카드, 현대카드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롯데카드는 올 3월 1700억원(금리 연 6.2% 수준) 규모, 현대카드는 올해 1월과 2월 각각 1200억과 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5.56% 수준)을 발행했다. KB국민카드도 여전사 중 최초로 공모방식을 통한 최대 2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

이밖에도 서 교수는 카드사들의 레버리지 배율을 개선하는 데 자본금을 확충하거나 부채를 줄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이나 ESG채권 등 낮은 조달 비용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카드사의 부채가 높아지며 자산 규모가 늘어나 레버리지 배율이 높아진 카드사들도 존재한다”며 “이에 따라 부채를 줄이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겠으나, 부채를 줄이는 데는 한도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낮은 조달 비용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레버리지 배율 개선에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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