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원스톱 AI 솔루션’ 승부수…“AMD와 손잡고, TSMC 추격하나”

시간 입력 2024-06-14 07:00:00 시간 수정 2024-06-13 17: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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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 개최
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 아우르는 통합 AI 서비스 제공
초미세 공정 로드맵 재확인…2027년 1.4nm 양산 순항
‘차별화 전략’으로 TSMC 맹추격…AMD와는 연합 속도

6월 1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 <사진=삼성전자>

“5년 안에 대만 TSMC를 따라잡겠다.”

지난해 타도 TSMC를 외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강화를 선언한 삼성전자가 차세대 파운드리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AI(인공지능)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One-Stop) AI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게 삼성의 구상이다. 특히 고객 맞춤형 반도체 수요에 따라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오직 파운드리 사업만 영위하는 TSMC와 차별화 하고,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간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를 개최하고, AI 시대를 주도할 파운드리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포럼에는 르네 하스 Arm CEO(최고경영자)와 조나단 로스 Groq CEO 등 업계 주요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했다. ‘Empowering the AI Revolution(AI 혁명 강화)’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선 삼성만의 차별화된 파운드리 전략이 소개됐다.

삼성의 신 파운드리 전략의 핵심은 통합 AI 솔루션이다. 현재 삼성은 파운드리와 메모리,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을 모두 보유해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커스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협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삼성은 이들 사업 간 협력을 본격화해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 강점을 갖춘 통합 AI 솔루션을 선보이고, 제품의 시장 출시를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활용할 경우 기존 공정 대비 칩 개발부터 생산까지 소요되는 총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7년 AI 솔루션에 적은 전력 소비로도 고속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소자 기술까지 통합키로 했다. AI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이 완성되는 것이다.

6월 1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 <사진=삼성전자>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도 제시했다. 먼저 삼성은 2027년까지 2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SF2Z)에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BSPDN은 전류 배선층을 웨이퍼 후면에 배치해 전력과 신호 라인의 병목 현상을 개선하는 첨단 기술이다. 다만 해당 기술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아직 상용화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2나노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힌 삼성전자가 BSPDN 기술까지 2나노에 탑재한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SF2Z 양산이 본격화하면 기존 2나노 공정 대비 PPA(소비 전력·성능·면적) 개선 효과 뿐만 아니라 전류의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전압 강하 현상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고성능 컴퓨팅 설계 성능을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2025년에는 ‘광학적 축소’ 기술을 도입해 PPA 경쟁력을 높인 신규 4나노 공정(SF4U)도 양산할 예정이다.

초미세 선단 공정 양산 계획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27년 1.4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 생산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목표한 성능과 수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2년 열린 파운드리 포럼에서 “2025년에 2nm, 2027년에 1.4nm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보다 먼저, 구체적인 2나노 공정 로드맵을 업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낙점된 핵심 기술이 바로 ‘GAA(게이트올어라운드)’다. GAA 기술은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기반으로 선단 공정에서의 경쟁력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는 같은해 12월 3나노 생산에 돌입한 TSMC보다 반년 가량 앞선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생산라인에서 생산된 GAA 기반 3나노 웨이퍼. <사진=삼성전자>

GAA 양산으로 경쟁력을 갖춘 삼성 파운드리는 올 하반기 2세대 3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더욱 미세한 2nm 공정 양산에도 나선다.

GAA 기반 첨단 공정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삼성이 초미세 공정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nm 공정부터 GAA 기술 적용에 따른 변곡점이 발생할 것이다”며 “3nm GAA를 이미 적용해 기술 완성도를 높인 삼성전자가 GAA 공정 안정성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1.4nm 선단 공정 역량을 빠르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욘드 무어(Beyond Moore)’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소재와 구조의 혁신을 통해 1.4나노를 넘어 미래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됐던 초미세 공정 조기 양산 등 ‘깜짝 발표’는 없었다. 앞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술 초격차 전략 기조에 발맞춰 1.4나노 양산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점쳤다. 삼성과 TSMC가 선단 공정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 TSMC는 2026년부터 1.6나노 공정을 통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년과 2027년부터 각각 양산할 2나노와 1.4나노 사이에 1.6나노를 추가해 1나노대 진입 시기를 1년 앞당긴다는 포부다.

TSMC의 발표를 의식한 삼성전자가 이번 포럼에서 당초 2027년으로 설정한 1.4나노 양산 시점을 2026년으로 앞당기는 것 아니냐는 일부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첨단 공정 경쟁과 관련한 소식은 발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TSMC와 이른바 ‘나노 경쟁’을 벌이지 않는 대신 통합 AI 솔루션을 앞세워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폭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TSMC가 갖지 못한 삼성 반도체만의 역량을 토대로 맞춤형 AI 칩을 생산, 공급하는 전략으로 차별화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TSMC를 따라잡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이 무색하게도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1.3%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3분기 12.4%보다 1.1%p 더 감소한 수치다. 반면 삼성의 경쟁자인 TSMC의 지난해 4분기 시장 점유율은 61.2%로, 3분기 57.9% 대비 3.3%p나 확대됐다.

격차를 줄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TSMC가 갖추지 못한 장점을 강화하는 차별화 전략이야말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삼성 스스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AI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통해 향후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 나갈 전망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AI를 중심으로 모든 기술이 혁명적으로 변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AI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다”며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GAA 공정 기술과 적은 전력 소비로도 고속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 소자 기술 등을 통해 AI 시대에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자신했다.

리사 수 AMD CEO. <사진=연합뉴스>

한편 삼성의 이번 발표가 향후 AMD와의 협업을 성사시키는 데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최근 리사 수 AMD CEO는 차세대 AI 반도체에 GAA 기술 기반 3nm 반도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 파운드리가 AMD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에서 삼성은 GAA 기반 선단 공정에서 상당한 경쟁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TSMC 간 연맹이 날로 공고해지고 있는 상황도 AMD와 삼성전자 간 연합 전선 구축설에 힘을 보탰다.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따라잡으려는 AMD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파운드리·패키징 등에서 SK하이닉스·TSMC를 따라잡으려는 삼성전자가 AI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서로 힘을 모은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수 CEO는 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테크 엑스포 ‘컴퓨텍스 2024’에서 ‘AMD가 삼성의 GAA 기술 기반 3nm 반도체를 구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AMD는 가장 앞선 기술 사용에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당연히 3nm, 2nm와 그 이상의 선단 공정 반도체를 사용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 CEO는 AMD가 어떤 업체의 제품을 탑재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AMD가 삼성 뿐만 아니라 TSMC와의 관계를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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