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점찍은 미 테라파워, SMR 공사 돌입…‘꿈의 원전’ 주도권 확보

시간 입력 2024-06-11 16:33:40 시간 수정 2024-06-11 16: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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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파워, 미국 와이오밍주서 착공식 개최
4세대 SMR 원자로 ‘나트륨’ 등 공사 시작
빌 게이츠 “SMR, 미국의 미래 움직일 것”
SK, 2.5억불 투자 , 선도 투자자 지위 확보

6월 10일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열린 테라파워 4세대 SMR 실증 단지 착공식. <사진=테라파워>

SK가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주목 받았던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자로) 기업 테라파워가 미국 내 첫 SMR 건설에 착수했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테라파워가 실증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SK가 ‘꿈의 원전’으로 일컬어지는 SMR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SK㈜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테라파워는 현지시간으로 10일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착공식을 열고, 4세대 SMR 원자로인 ‘나트륨’을 포함해 전력 생산 장비 등 기타 제반 공사에 돌입했다.

이날 착공식에는 테라파워를 설립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최고경영자), 유정준 SK온 부회장 겸 SK아메리카스 대표, 김무환 SK㈜ 그린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빌 게이츠는 “차세대 발전소는 우리나라(미국)의 미래를 움직일 것이다”며 “우리의 경제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더 풍부한 청정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게이츠는 민간 부문에서 탄소 연료를 쓰지 않는 안전하고 풍부한 청정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2008년 테라파워를 공동 설립했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한 해법으로 SMR에 주목했다.

SMR은 기존 원전에서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소형 원전으로, 부지 규모가 작고 안정성이 높아 도시와 산업단지 등 전력 수요처 인근에 구축하기 유리하다.

건설 시간과 비용 모두 기존 원전 대비 대폭 줄일 수 있어 미국과 한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원전 기술 강국들이 SMR 개발과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에는 AI(인공지능)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SMR이 이를 해결할 유력한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계경제포럼(WEF)은 2040년까지 SMR 시장이 연평균 22%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 봤다. 영국 국가원자력연구원(NNL)은 2035년 SMR 시장 규모가 약 400~60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테파파워 4세대 SMR 실증 단지 조감도. <사진=테라파워>

다만 SMR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될수록 고온의 핵 연료를 식혀주는 냉각재로 무엇을 쓸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이에 테라파워는 원자로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지 않는 비경수형 원전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수형인 3세대 원자로는 고온의 핵 연료를 식혀주는 냉각재로 물을 사용한다. 그러나 4세대 비경수형 원자로는 물 대신 액체 금속, 가스 등을 사용한다.

원자로는 높은 온도에서 작동될수록 발전 효율이 높아지고 경제성도 향상된다. 여기서 물을 사용하지 않는 4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월등히 높은 온도에서 가동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물을 사용하지 않아 유사시 오염수가 발생할 우려도 없다.

이번에 건설하는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는 냉각재로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을 사용한다. 액체 나트륨은 끓는 점이 880℃로 물(100℃)보다 매우 높아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도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AP는 이번에 시작된 공사에 대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승인이 내려지면 가능한 한 빨리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도록 부지를 준비하는 작업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올해 3월 테라파워는 규제 당국인 NRC에 나트륨 원자로 건설 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최대 40억달러(약 5조5132억원)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절반은 미 에너지부(DOE)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테라파워의 SMR 실증 단지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소유한 전력회사 파시피콥의 석탄 화력발전소 부지 내에 345MW급 규모로 구축된다. 이는 약 25만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테라파워는 2030년까지 SMR 실증 단지를 완공하고, 상업 운전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화력발전소를 대체, 지역 주민들에게 전력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SK>

이번 테라파워의 SMR 건설 소식에 SK를 향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앞서 2022년 SK㈜와 SK이노베이션이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당시 약 3000억원)를 투자해 선도 투자자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실증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SK는 테라파워와 함께 아시아 시장에서 SMR 사업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정부가 장기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차세대 SMR 1기를 최초로 포함시킨 만큼 SK가 국내 SMR 시장에서 핵심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 부문장은 “테라파워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 민간 기업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상업화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며 “향후 테라파워와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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