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본업 경쟁력 끌어내린 ‘적격비용 재산정’, 합리적 개편 절실

시간 입력 2024-05-30 16:51:46 시간 수정 2024-05-30 16: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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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 감소세…30%→23%
쪼그라든 신용판매 수익률…0.78%→0.5%
금리 등 시장 상항 고려 안 돼…올해도 의문부호

지난 2012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적격비용 재산정제도에 따라 카드사가 본업인 신용판매로 벌어들이는 금액의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고객들의 카드 구매금액 대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0.5% 수준까지 떨어진 가운데, 카드사들은 올해 또 한 번의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을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사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방안이 신용판매 강화로 떠오른 가운데, 카드사의 신용판매 수익을 끌어내린 적격비용 재산정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3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연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5조35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조8050억원) 대비 11.38% 증가한 금액이다.

카드사가 벌어들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 규모 자체는 늘었으나, 카드사의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카드사의 총수익은 23조65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3.20%에 불과했다.

카드사의 총수익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은 해마다 쪼그라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8년 30.54%에 달하던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은 이듬해인 2019년 26.68%로 떨어지더니, 2022년에는 24.24%로 크게 감소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23.2%로 24%대 선마저 빠르게 붕괴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카드이용실적 대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계산한 신용판매 수익률 역시 감소 추세다. 2018년 0.78%를 기록했던 7개 카드사의 신용판매 수익률은 △2019년 0.65% △2020·2021년 0.63% △2022년 0.56%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0.58%로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지난 2018년 0.78%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5년새 0.2%p(포인트) 쪼그라든 수준이다.

이처럼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이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데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큰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2012년부터 3년 마다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를 통해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있다.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 비용 △일반관리 비용 △마케팅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3년 마다 가맹점 수수료를 재산정하는 제도이다.

지난 2021년 12월에도 금융당국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우대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기존 0.8~1.6%에서 0.5~1.5%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전체 가맹점 299만3000개 중 96.2% 정도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문제는 해당 제도가 카드사의 사업 행태에도 위험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카드사가 이를 타개할 방안은 본업인 신용판매의 확대라고 강조했다.

30일 서울시 중구 소재의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되는 등 진퇴양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법은 곧 신용판매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난 12년 동안 지속 하락하며 카드사가 신용판매에 의존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2012년 처음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됐는데, 이로 인해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3000억 가량 줄어들었다’며 “이와 같은 신용판매에서의 수익 감소는 카드사로 하여금 카드론을 늘리는 계기가 됐는데, 카드사가 자산 운용을 위해 위험 대출을 선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 교수는 “2018년 수수료율 인하 이후 카드사들이 모집비용을 절감하고자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가 본격화됐다”며 “실제로 카드사의 모집비용이 줄었는데, 이는 곧 카드 모집인이 퇴직하고 정규직원들도 구조조정되는 등 곧 카드 생태계가 줄어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30일 진행된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지원 기자>

금리가 급등한 상황에서도 시장 상황에 대한 변화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2021년 0.50%에 불과하던 기준금리는 현재 3.50% 수준까지 크게 뛴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며 카드사의 조달금리 역시 크게 뛰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1%대 수준에 머물렀던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는 2022년 한때 6%대까지 오르더니, 전일 기준 3.779%(3년물, AA+ 기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서 교수는 “위험관리비용과 조달비용이 많이 증가한 상황에서도 올해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수수료율이 오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2021년 이후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데, 3년이라는 재산정 시차에 의해 최근 3년 동안 카드사는 위험관리비용이나 조달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가맹점 수수료율에 반영해서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21년 기준금리가 0.5%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3.5% 수준까지 급등했다”며 “시장 상황이 변화되고 있는 만큼 적격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개인회원 연회비율에 연동해 규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또 가맹점 영업의 자율 권한 제도를 위한 카드 의무수납제 등의 제도 개선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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