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감…단통법, 새 국회서 방송 현안 등에 밀려 장기 표류 전망
이통 3사, 공정위로부터 ‘보조금 담합’ 제재…“방통위 지침 따랐을 뿐”
규제당국 지침 따른 판매장려금, 추후에도 독될까 ‘전전긍긍’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단말기 유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안이 끝내 폐기됐다. 평소 같았으면 이동통신 3사 입장에서도 미소를 지을만한 일이지만, 현재 이통 3사가 처한 상황을 미뤄보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난처한 상황이다. 단통법을 시행했던 지난 10년 간 규제당국의 지시에 따라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최근 조 단위의 과징금을 맞게 될 위기에 처하면서 큰 혼란을 빚고 있다.
단통법 폐지안은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당 측도 22대 국회 개원 후 법안을 재발의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2대 국회 개원 이후, 해당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단통법 폐지법안을 재발의해 논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단통법 폐지 법안을 발의한 핵심 의원들이 이번 총선에서 대부분 낙선하면서, 새 법안을 발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단통법 폐지안이 과방위의 다른 법안 이슈에 밀려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크다.
이처럼 단통법 폐지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해 당사자인 이통 3사의 혼선도 길어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단통법이 유지되면 ‘가입자 뺏기’를 위한 출혈적인 단말기 보조금 경쟁도 없어 마케팅비를 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통사로서는 반길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규제당국의 보조금 제한이 도리어 이통사들의 단말기 유통 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자칫하면 ‘보조금 담합’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보조금을 담합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달 받고,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 격인 문서로, 제재에 착수하기 전에 발송한다. 2015년부터 시작된 이들 회사의 휴대전화 번호 이동, 판매장려금, 거래 조건 및 거래량 담합 혐의를 다루고 있다.
판매장려금은 통신사가 휴대전화 판매점이나 대리점에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공정위는 이들 이통 3사가 장려금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공유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적이 낮은 회사는 가입자 수를 회복할 정도로만 장려금을 지급하고, 실적이 좋은 회사는 장려금을 줄여 경쟁사와의 실적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조절했다는 판단이다.
통신 3사는 공정위의 이 같은 담합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단통법을 이행했을 뿐, 고의적인 담합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단통법과 방통위의 지시에 따랐을 뿐인데, 또 다른 규제당국인 공정위로부터 불공정 행위로 조사를 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에 ‘보조금 담합’으로 비춰질 만한 일은 최근에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 3월 전환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지급 가능하도록 단통법 시행령과 고시를 변경했다. 도입 초기 이통 3사 모두 제각각 전환지원금을 책정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액수를 제시했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통 3사 대표들을 불러모아 전환지원금 상향을 요청하자, 그주 주말부터 일제히 30만원선으로 전환지원금을 올린 바 있다.
공정위가 부과할 천문학적인 규모의 과징금도 부담이다. 이통 3사가 최종적으로 수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 받는다면, 사실상 수년간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주력 사업인 이동통신업이 성장 한계에 부딪힌 만큼, AI 등 신사업에 투자할 재원 마련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객단가가 높은 5G 요금 가입자 증가세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산업은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정부 지침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보조급 지급은 규제당국의 감독 하에 이뤄졌는데, 이것을 담합이라고 해서 규제하겠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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