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칼 앞에 선 NH농협금융, 중앙회 영향력 ‘축소’ 나서나

시간 입력 2024-05-22 07:00:00 시간 수정 2024-05-21 17:34:45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20일부터 6주간 정기검사 착수, 35명 검사 인력 투입
지배구조 관련 강도 높은 검사 예고…내부통제 강화 움직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4월 22일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2024년 1분기 종합경영분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금융감독원이 NH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에 칼을 빼 들었다. 정기검사를 통해 내부통제 부실을 야기한 지배구조 전반을 뜯어보겠다는 계획인데, 칼 끝은 사실상 신경분리 이후에도 금융계열사를 대상으로 영향력을 유지해 온 농협중앙회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부터 35명 가량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 NH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을 대상으로 한 정기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은행검사2국 직원들은 서울 서대문 소재 농협은행 신관 건물 3층 강당에 6주간의 일정으로 머무르며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사 기간은 필요에 따라 1~2주 연장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기검사는 금융회사의 규모에 따라 2~5년 주기로 진행되는 통상적인 절차다. 지난 2022년 5월 진행 후 올해 주기가 도래한 데 따름이다.

다만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109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를 계기로 지난 3월 초부터 진행됐던 수시검사가 정기검사로 전환된 데 따라 사실상 반년에 가까운 기간을 금감원으로부터 검사받고 있다는 점은 NH농협금융에 부담으로 자리한다.

금감원이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배경에는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에 미치는 영향력 등 지배구조 전반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예고된 데 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금융지주는 건전한 운영이 필수적이고 합리적인 지배구조와 상식적인 수준의 조직문화가 있어야 한다”며 “NH농협금융의 경우 신용·경제 사업이 구분은 돼 있으나 거꾸로 그 리스크가 명확히 구분되느냐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할 지점이 있는데 잘못 운영되면 금산분리 원칙 또는 지배구조법상 체계가 흔들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더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던 바 있다.

이는 지난 3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후임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중앙회와 금융지주사 간의 잡음이 있었던 것과 관련한다. 당시 숏리스트에 오른 윤병운 NH투자증권 IB1 사업부 대표(부사장)과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놓고 금융지주와 중앙회가 각각 다른 인물을 지지하며 갈등을 빚은 데 따름이다.

실제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신경분리’ 단행 이후 농협중앙회와 분리돼 단독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100% 지분의 최대주주가 농협중앙회라 인사 등 경영 전반에 있어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중앙회와 금융지주 계열사 간 임직원 이동이 가능한 인사 교류 시스템도 타 금융지주사와 다른 독특한 방식이다. 전문성 없는 인사이동 방식은 내부통제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 측의 판단이다.

당국은 지난 3월 발생한 업무상 배임 사고 역시 금융 전문성이 떨어지는 중앙회 출신 직원이 은행 내부통제를 총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밝혀질 NH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를 ‘금융지주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반영한 뒤 NH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듯 농협중앙회 역시 최근 내부통제 강화에 적극 나섰다. 지난 7일 농협중앙회는 범농협 차원에서 내부통제와 관리책임을 강화해 임직원의 경각심을 높이고 사고 발생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안에는 △사고를 유발한 행위자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와 무관용 원칙에 의한 처벌 △공신력 실추 농·축협에 대한 중앙회의 지원 제한 △중대사고와 관련된 계열사 대표이사 연임 제한 △사고 발생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직권정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과거 기업들은 매출 신장에만 몰두해 윤리경영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요즘의 윤리경영은 조직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농협의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책임 강화 발표는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범농협 윤리경영에 대한 실천 의지를 강력히 공표했다.

다만 이번 검사 결과가 농협금융지주에 직접적인 제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사항들은 법적 근거에 의해 위반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2년에도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 임추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점과 관련해 ‘경영유의’ 조치 정도로만 처리했다. 이는 자율적인 개선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