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12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
지배구조 모범 관행 발표…개선책 요구할 듯
지주사, 부회장직·계열사 CEO 변화 전망
금융지주사의 연말 인사가 쓰나미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 4곳 중 3곳의 수장이 올해 바뀐 만큼 사실상 그들의 색채를 나타낼 수 있는 첫 번째 인사다. 여기에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금융당국의 지주 지배구조 개선 압박까지 겹쳐지면서 인사폭이 그 어느 때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개최한다.
올 2023년 업무계획에 따른 예정된 간담회라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 앞서 지난 2월 6일 발표한 금융감독원은 연 1회 은행지주·은행 이사회간 소통 정례화하겠다는 등의 내용의 ‘2023년 업무계획’을 발표했었다.
문제는 시기다. 금융권에서는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개선 방안 등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발표할 것이라 알려진 상태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날 이사회 의장들과 전반적인 지배구조 개선책도 논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은 조직 개편과도 맞물려 있어 연말 인사의 폭풍 크기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 지주 부회장직 존폐 ‘초미의 관심사’…신설 가능성은 낮아
우선 금융지주사 후계 구도 양성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부회장직의 유지 여부가 주목된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 중 부회장직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KB금융과 하나금융 두 곳뿐이다.
그러나 KB금융의 경우 지난달 양종희 신임 회장의 취임과 함께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이 나란히 사임했으며 박정림 KB증권 대표 역시 최근 지주 총괄부문장직을 내려놓았다. 이에 KB금융은 사실상 부회장직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월 함영주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데 따라 이은형 1인 부회장 체제로 운영해 왔지만, 지난해 12월 26일 2023년 지주사 조직개편을 통해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을 신임 부회장으로 위촉하며 3인 부회장 체제로 복귀했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분야별 총괄 임원으로 구성됐던 체제를 ‘부문’과 ‘총괄’로 체계화해 운영하고 있다. 전략·비즈니스 역할의 총괄 조직은 부문으로 개편해 각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문성을 확대했으며, 기존의 총괄 조직은 대표이사 회장 산하에서 그룹 전반의 관리와 지원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부회장직을 두고 있지 않다. 안정적인 경영 승계 구도를 위해 부회장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설립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는 게 각 지주사의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신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특히 두 지주사 모두 올 초 신임 회장이 취임한 만큼 후계 구도 양성을 위한 직제를 마련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 자회사 대표이사 변동 ‘촉각’…KB·신한 대규모 물갈이 ‘예고’
다음으로 연말 자회사 대표이사 인사 역시 금융권의 화두다. 변화를 요청한 당국의 주문과 함께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색채를 나타낼 수 있는 첫 번째 인사인 만큼 대규모 물갈이를 시행할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KB금융의 경우 9개 계열사 CEO 10명의 임기가 올해 말로 종료된다. 지난달 취임한 양종희 회장이 단행하는 첫 번째 인사인 만큼 인사 태풍이 불 전망이다. 다만 이 중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상태이며,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직무정지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 만큼 연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역시 10개 계열사 CEO 11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 당시 진옥동 내정자의 의중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진 회장의 인사는 이번이 처음인 데다가 당시 안정을 추구했던 만큼 올해 인사에서는 대규모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등 주요 계열사의 CEO가 이번 인사 대상에서 빠져 경영상의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여타 계열사의 변동을 통해 혁신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의 경우 함영주 회장의 임기가 오는 2025년 3월인 만큼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를 함께해야 할 이번 연말 인사에서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하나금융은 계열사 14곳 중 4곳의 대표이사가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우리금융은 계열사 15곳 중 4곳의 대표이사가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올 초 취임한 임종룡 회장이 취임 후 계열사 15곳 중 9곳의 대표이사를 물갈이하는 대규모 인사를 펼쳤던 만큼 올해 인사에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대교체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으로 전망되는 금융지주사 역시 세대교체나 인사 적체 해소 등을 위한 쇄신성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며 “연말 인사는 지주사 수장의 색채를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데다가 당국의 당부까지 더해진 만큼 상당한 변화가 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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