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폐업 신고 건수만 526건…건설사 14곳 부도
내년 건설 경기 반등 없으면 부실 건설사 더 증가할 듯
올해 폐업한 종합 건설사가 500곳을 넘어섰다. 고금리 기조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된 탓이다. 내년에도 건설 경기 반등이 어려울 경우, 부실 건설사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종합 공사업체의 폐업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총 526건으로 집계됐다.
종합 공사업체의 폐업 건수는 최근 5년간 200~300건 사이에 머물렀으나, 올해 유독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 연도별 종합 공사업체의 폐업신고 건수는 △2018년 227건 △2019년 302건 △2020년 305건 △2021년 277건 △2022년 308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부도를 낸 건설사는 총 14곳이다. 금융결제원은 이달 1일 경남 창원의 중견 건설사인 남명건설에 대해 당좌거래정지를 공시했다. 올해 기준 남명건설의 시공능력 평가액은 847억원으로 종합건설 시공 능력 전국 285위, 경남 내 8위 수준이다.
남명건설은 장기 미회수 공사대금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만기 어음 12억4000만원을 막지 못해 부도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남명건설은 지난달 28일 창원지법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으며, 남명건설의 공사 미수금 누적액은 6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공능력평가 100위권에 해당하는 중소 건설사들까지 부도나 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 대창기업(109위)·신일건설(113위)·에치엔아이엔씨(133위)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우석건설(202위)·동원산업건설(388위) 등이 부도를 맞았다.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미분양도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8299가구로 나타났다. 미분양 주택 수는 올해 2월 7만5000가구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지만, 위험수위로 판단하는 20년 장기이동평균선인 6만2000가구에 근접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의 경우, 1만가구를 넘어선 상태다. 10월 기준 1만224가구로 전월(9513가구) 대비 7.5%(711가구)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이 1만가구를 넘은 것은 2021년 2월(1만779가구)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건설 경기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10개 주요 업종별 단체와 함께 ‘2024년 산업 기상도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설업계의 내년 산업 전망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건설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민간 건축을 중심으로 수주실적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대한건설협회 역시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건설 금융 비용 부담이 증가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유동성 경색에 따라 공사비 조달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건설산업의 부진을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건설 경기 반등이 힘들 경우, 부실 건설사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잠재적 부실 건설기업은 총 929곳에 달해 건설업 전체의 41.6%를 차지했다. 건설기업 5곳 중 2곳은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렵다는 것이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사업과 신사업 등 비주택 사업으로 버틸 수 있지만 이미 돈줄이 막힌 중견이나 중소 건설사들의 경우, 여력이 없어 내년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건설 경기가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다면 하반기부터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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