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결산] K-자동차 통했다…완성차 내수·수출·생산 ‘트리플 성장’

시간 입력 2023-12-08 07:00:00 시간 수정 2023-12-07 17: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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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내수 상고하저 패턴 뚜렷…현대차·기아 장악력 강화
미국·유럽 수출 ‘점프’·생산 2017년 이후 ‘사상 최대’ 예상
내년 내수↓·수출 및 생산↑ 전망…다양한 소비 지원책 필요

올해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양한 부침을 겪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이 실적 부진에 시달렸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됐다. 중국에 대한 서방의 견제가 심화하며 지정학 리스크는 한층 더 심화됐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 악재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국내 대표 업종인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수출·설비 투자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한국경제가 급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CEO스코어데일리는 올 한해 각 산업분야를 결산하고, 내년도 주요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약진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자동차 산업의 3대 지표인 내수, 수출, 생산이 모두 증가하는 트리플 성장을 사실상 달성한 덕분이다. 특히 내수와 수출의 동반 상승으로 국내 생산은 2019년 이후 5년 만에 400만대 돌파를 목전에 뒀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해소에 발맞춰 생산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상품 경쟁력을 갖춘 SUV와 친환경차를 적기 투입하며 판매 호조세를 지속한 점이 도약의 발판이 됐다.

다만 국내 자동차 업계의 내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주요국 통화 긴축의 여파로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 장기화해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산차·수입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가 연초부터 줄줄이 예고된 반면 구매 수요 대비 공급 물량이 많은 수요자 우위 시장 전환을 앞둔 점도 변수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내년 미·중 갈등,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대외 악재를 뚫고 위기 속 선방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동차 내수 상고하저 패턴 뚜렷…현대차·기아 장악력 강화

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국산차 5개사와 수입차 26개사 등을 포함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연간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168만4000대에서 올해 174만대로 3.3%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올해 내수 실적은 전형적인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였다. 상반기 대기 물량 소진으로 내수 판매가 늘어났지만, 하반기에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내수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다. 실제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 81만8000대에서 올해 상반기 91만3000대로 11.7% 증가한 반면 지난해 하반기 86만6000대에서 올해 하반기 82만7000대로 4.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하반기 들어 내수 판매가 감소세로 전환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제조사가 상품성 개선을 거친 신차의 가격을 거듭 인상하는 사이 소비자의 구매 여건이 악화한 여파가 가장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6월 말 정부의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 종료 이후 실구매가 부담도 한층 가중됐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할부 금리가 상승하며 자동차 등 필수 소비재에 대한 소비 여력 자체가 약화한 점도 내수 판매를 끌어내린 원인으로 지목된다.

내수 판매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강화됐다. 현대차·기아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1~10월 99만7105대에서 올해 1~10월 111만1969대로 1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수 시장 점유율도 71.9%에서 75.8%로 3.9%포인트 상승했다. 수입차 업체들을 제외하면 내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셈이다. 수입차 26사의 올해 1~10월 국내 판매량은 23만8098대로 내수 시장 점유율은 16.2%를 기록했다.

KG모빌리티, 한국GM,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중견 완성차 3사는 내수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KG모빌리티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1~10월 5만5437대에서 올해 1~10월 5만6158대로 1.3% 늘어났고, 한국지엠은 2만5395대에서 2만7609대로 8.7% 증가했다. 이 기간 르노코리아의 경우 4만2891대에서 1만9023대로 55.6% 급감했다. 이들 3사의 내수 시장 점유율도 8.9%에서 7%로 1.9%포인트 하락했다.

국내 친환경차 시장은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올해 1~10월 국내에서 신규 등록된 하이브리드차는 31만976대로 전년 대비 39.7%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기차는 13만2974대로 4.4% 감소했고, 수소차는 4227대로 50.5% 급감했다. 하이브리드차는 연비가 좋아 유지비가 적게 들고 충전 걱정이 없는 점이 강점이다. 전기차는 보조금 축소, 가격 경쟁, 화재 우려 등의 요인으로 판매가 감소세로 전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와 수입차 업체의 양분화가 심화했다”며 “KG모빌리티와 한국GM은 소폭 회복세를, 르노코리아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점유율 측면에서 약세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미국·유럽 수출 ‘점프’·생산 2017년 이후 ‘사상 최대’ 예상

국내 자동차 업계의 연간 수출량은 지난해 230만대에서 올해 270만대로 17.4% 증가할 전망이다. 3년 연속 성장세로, 2016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올해 연간 수출액은 690억달러(약 90조1500억원)로 사상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국산차 5사의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에 더해 고수익 차종인 SUV·친환경차 중심의 판매 전략, 우호적 환율로 인한 환차익 효과 등이 역대급 수출고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국산차 5사 중 르노코리아를 제외한 현대차, 기아, 한국GM, KG모빌리티는 나란히 두 자릿수의 수출 증가세를 유지했다. 현대차의 수출량은 지난해 1~10월 81만1000대에서 올해 1~10월 94만5000대로 16.5% 늘어났고, 기아는 73만2000대에서 86만7000대로 18.5% 증가했다. 투싼, 스포티지 등 간판 SUV의 전동화 모델을 앞세워 북미, 서유럽 등으로 향하는 물량 공급을 늘리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특히 한국GM은 국산차 5사 중 가장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다. 한국GM의 수출량은 지난해 1~10월 18만5000대에서 올해 1~10월 33만7000대로 82.3% 급증했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필두로 수출에 집중하며 북미 수출을 늘린 전략이 주효했다. 이 기간 KG모빌리티도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수출을 3만7000대에서 4만8000대로 30.7% 늘렸다. 르노코리아는 대표 차종인 XM3와 QM6의 유럽 수출 부진 탓에 9만9000대에서 7만4000대로 24.7% 감소했다.

친환경차 수출은 내수와 달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견인했다. 올해 1~10월 수출된 전기차는 28만1588대로 전년 대비 66.3% 급증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도 5만8788대로 54% 증가했다. 하이브리드차는 25만8179대로 6.4% 늘어나며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다. 같은 기간 대미(對美) 전기차 수출의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래 현대차·기아의 상업용 리스·렌트카 판매 비중 확대에 힘입어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내수 회복과 수출 증가 덕에 국내 자동차 업계의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375만7000대에서 올해 414만대로 10.2% 늘어날 전망이다. 2017년 이후 최고 기록으로, 2019년 이후 5년 만에 생산 400만대 회복이 점쳐진다. 국산차 5사의 올해 1~10월 생산량은 현대차 160만8000대, 기아 132만8000대, 한국GM 36만7000대, KG모빌리티 10만7000대, 르노코리아 8만8000대 순이었다. 이 기간 국산차 5사의 전년 대비 생산 증감률은 한국GM 71.4%, 현대차 15.6%, 기아 13.2%, KG모빌리티 13.2%, 르노코리아 -38.3% 순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경기 침체 우려에도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국산차의 판매 호조세가 지속됐다”며 “생산은 적극적인 공급망 관리, 반도체 수급 정상화로 높은 회복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내년 내수↓·수출 및 생산↑ 전망…다양한 소비 지원책 필요

국제통화기금(IMF)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 중국 경기 부진 등의 변수를 반영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기존 3%에서 최근 2.9%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IMF보다 낮은 2.7%로 설정했다.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 산업 특성상 부정적인 여건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주요국의 통화 긴축과 3고 현상이 지속돼 신규 수요가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내년 내수 판매량은 171만대로 올해보다 1.7% 감소할 전망이다. 국내 경기 회복과 주요 신차 효과에도 올해 내수 개선에 따른 역기저 효과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산차 5사는 소비자의 가계부채 증가, 전기차 판매 부진 등의 요인으로 내년 전년 대비 1.4% 감소한 142만대의 국내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차 26사는 자동차 할부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내년 전년 대비 3.3% 감소한 29만대의 국내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수출은 275만대로 올해보다 1.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의 수요 정상화, 해외 주요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소비 심리 회복 등이 긍정적인 신호로 감지된다. 국산차 5사가 전기차 라인업 강화를 통해 수출 물량 증가와 수출 단가 상승을 이끌며 다시 한번 수출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년 출시를 앞둔 신형 전기차는 현대차 아이오닉9, 기아 EV3·EV4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미·중 갈등,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내년 생산은 417만대로 올해보다 0.7% 증가해 사실상 보합세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급망 불확실성 해소로 차량 생산이 정상화하면서 업체별 공장 가동률 상승이 점쳐진다. 특히 중견 완성차 3사의 분위기 전환이 기대된다. 한국GM은 내년 연간 50만대 생산이 계획돼 있고, 르노코리아도 하반기 출시를 앞둔 하이브리드 중형 SUV 오로라1 등 연간 11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KG모빌리티의 경우 내년 연간 12만대를 생산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는 국내 생산에 있어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내년 내수 시장은 경기 부진, 고금리 등으로 소비 여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개별소비세 감면, 노후차 교체 구매 지원, 친환경차 구매 활성화 정책 등 다양한 소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미국 IRA, EU 핵심원자재법,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편 등 자국 생산 우대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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