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SK스퀘어, 합병 MOU 체결…CJ ENM이 1대 주주 전망
비용 절감·가입자 확보…수익성 강화→콘텐츠 경쟁력 제고 ‘선순환’ 기대
합산 점유율 32%, 넷플릭스 독주 견제…공정위 ‘합병 승인’ 넘어야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추진이 본궤도에 올랐다. 두 OTT 플랫폼을 합쳐, 넷플릭스의 독주를 차단할 수 있을지 미디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미디 업계에 따르면 CJ ENM와 SK스퀘어는 각사의 OTT 서비스인 티빙과 웨이브를 합병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CJ ENM은 티빙 지분 48.85%, SK스퀘어는 웨이브 지분 40.5%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 비율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CJ ENM이 최대 주주가 되고, SK스퀘어가 2대 주주가 될 전망이다. 양측은 실사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내년 초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간 합병이 성사될 경우, 국내 OTT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기록중인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토종 OTT가 탄생하게 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넷플릭스가 1137만명, 티빙은 510만명, 웨이브는 423만명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MAU를 단순 합산하면 933만명에 달한다.
양사가 합병을 통해 ‘메가 플랫폼’이 된다면 콘텐츠 사용원가, 인건비, 마케팅비 등 비용 절감과 늘어난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OTT 플랫폼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현재 국내외 OTT 플랫폼들은 가입자 확보를 위해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토종 OTT들의 경우, 최근 몇년 사이에 제작비가 크게 상승하면서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드라마 한 편당 제작비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평균 5~7억원 이었지만, 현재는 기본 10억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또한 총 제작비가 300억원을 넘기는 드라마도 늘고 있고, 최근 흥행에 성공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의 경우 총 제작비가 650억원에 달했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1192억원, 121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콘텐츠 사용원가 상승 등 콘텐츠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 팀장은 “메가플랫폼 전략은 거대한 자본과 높은 리스크가 요구되지만, 안정적인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며 “또한 자사의 슈퍼 지식재산(IP)의 활용도가 높아져 다양한 콘텐츠 영역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할 경우, 플랫폼 파워를 활용해 이전보다 양질의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외 제작사에 콘텐츠 가치를 후하게 쳐주고, 제작사들도 대형 플랫폼과 계약하려는 경향이 맞물리면서 양질의 시나리오가 글로벌 OTT 플랫폼에 몰렸다.
다만,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티빙과 시즌의 기업결합심사 당시 공정위는 합산 점유율(18.05%)이 1위 넷플릭스(38.22%)의 절반에도 못 미쳐 합병을 승인했지만, 이번엔 합산 점유율이 32%에 달해 심사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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