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이달 7일 ‘2024년 정기 임원 인사’ 단행할 듯
조대식·장동현·김준·박정호 등 부회장단 교체 가능성
최태원, 7년 만에 ‘서든 데스’ 발언…조직 쇄신 방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최창원 부회장 유력 검토
지난 10월 ‘서든 데스(Sudden Death, 돌연사)’를 언급하며 비상경영을 선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나선다. 그간 최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 온 SK 부회장단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그룹내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달 7일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SK는 매년 12월 첫째주 목요일에 인사를 실시해 왔다.
재계는 SK가 ‘안정’보다 ‘변화’에 방점을 찍고, 역대급의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근 반도체, 배터리 등 그룹 주력 사업이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조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부회장단의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예고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단이 대거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2인자로 꼽히는 조 의장은 최 회장과 같은 1960년대생으로, 부회장단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다. 2016년 말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 온 그는 현재까지 SK㈜ 사내이사직도 유지하고 있다.
조 의장은 최 회장의 경영 비전인 ‘파이낸셜 스토리’ 추진에 앞장선 인물로 평가된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최 회장이 2020년부터 강조해 온 경영 비전으로, 자본시장을 의미하는 ‘파이낸셜’과 기업의 생존 전략에 대한 ‘스토리’를 합친 단어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존 재무 성과 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6월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조 의장은 “그동안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자산 효율화 등을 추진해 왔지만 파이낸셜 스토리 차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 제고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전략기획통인 장 부회장은 최 회장의 신임을 받은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SK텔레콤에서 재무 담당 임원을 지낸 그는 전략 기획, 마케팅 관련 등 다양한 업무를 도맡아 왔다. 지난 2017년 SK㈜로 옮긴 이후 투자 전문 지주사로서 SK㈜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데 일조했고, 지난해 부회장직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기존 정유 사업 위주였던 SK이노베이션의 포트폴리오를 화학,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으로 확장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박 부회장은 1994년 한국이동통신, 2000년 신세기통신, 2011년 하이닉스, 2017년 도시바 메모리 사업, 2018년 ADT캡스 등 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승부사로 통한다.
그간 최전선에서 SK그룹을 이끌어 온 이들 부회장 4인방이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에는 최근 최 회장이 언급한 서든 데스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10월 열린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서든 데스를 7년 여 만에 다시 화두로 던진 것이다.
잎서 지난 2016년 서든 데스를 언급한 이후 단행된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파격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진 바 있다.
SK그룹은 2016년 말 인사에서 주력 사장단을 50대로 교체했다. 당시 인사에서 SK㈜ 사장이었던 조 의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게 됐고, 김준 SK에너지 사장과 박정호 SK㈜ C&C 사장이 각각 SK이노베이션 사장과 SK텔레콤 사장으로 기용됐다.
당시 60대였던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영태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등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재계에서는 SK 부회장단 교체를 통해 SK그룹에서도 7년 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간 SK 부회장단은 그룹을 재계 2위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복합 위기 속에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 세대교체를 통해 민첩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부회장단 교체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며 “다만 조 의장을 포함한 4명이 동반 퇴진할지, 이 중 일부만 교체될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 의장이 다른 부회장들에게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 주자”며 동반 퇴진을 설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조 의장의 후임으로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창원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최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현재 SK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을 겸임하면서, 그룹의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SK가스, SK케미칼, SK플라즈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다만 최창원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수락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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