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젠더 갈등’ →민노총 탈퇴 공방 ‘확산’…혐오논란, ‘기부 릴레이’로 해소될까

시간 입력 2023-12-04 16:29:18 시간 수정 2023-12-04 16: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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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 속 캐릭터 손 모양에서 불거진 논란…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 “의도한 것 아냐”
민주노총, 공동 기자회견으로 넥슨 저격… 넥슨 노조, “산하 지회 대한 존중이 없는 것”
혐오 문화에 선행으로 맞서는 게이머들…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수천만원 이상 기부

넥슨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PV 속 캐릭터 손가락 모양에서 불거진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출처=메이플스토리 유튜브>

넥슨의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홍보 영상(Promotion Video, 이하 PV)에서 불거진 논란이 점차 확대되며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남녀노소 다양한 유저가 존재하는 게임업계에서 ‘성별’과 관련된 논란이 넥슨 노조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넥슨이 외주를 맡긴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이하 뿌리)’에서 제작한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PV다. 지난 25일 공개된 영상 속 여성 캐릭터의 손 모양이 특정 편향 집단에서 사용되는 남성혐오 손 모양으로 의심된다는 점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유저들이 발견한 ‘뿌리’의 팀장 애니메이터 ‘댓서’의 SNS 내용(왼쪽)이 논란을 가중시키자, 지난 26일 넥슨 측은 메이플스토리 공식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에 사과문(오른쪽)을 게시하고 사건 수습에 나섰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해당 손 모양은 한국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의미로 알려졌는데, 영상 속에 교묘히 숨겨진 듯한 해당 손 모양이 발견되면서 커뮤니티 내에서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유저들이 해당 PV를 작업한 관련자들의 SNS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뿌리’의 팀장이자 애니메이터인 ‘댓서(본명 서영은)’가 개인 트위터를 통해 래디컬 페미니즘 사상을 여과 없이 표출해왔던 것이 밝혀지며 의심이 사실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넥슨 측은 지난달 26일 자정에 공식 유튜브 채널의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넥슨측은 “해당 홍보물은 더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들은 상세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조치에 나섰다. 특히 같은 제작사에 영상 외주를 맡긴 다른 게임 제작진들도 관련 내용에 대한 조치 사실을 밝혔다.

‘손가락 논란’은 뿌리가 외주를 맡아 작업한 기타 게임들로 번졌고, 던전앤파이터(위쪽)와 에픽세븐(아래쪽) 등의 관련 영상 속 캐릭터들의 손가락 모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출처=각 게임>

해당 제작사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게임사들이 PV 등의 외주를 맡겼다. 이때문에 파장이 일파만파 커졌고, 논란의 여파는 게임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상태다. 현재까지 ▲던전앤파이터 ▲블루아카이브 ▲이터널 리턴 ▲에픽세븐 ▲브라운더스트 2 등의 기타 게임에서도 해당 손모양이 확인된 실정이다.

이원만 던전앤파이터 총괄 디렉터는 “불쾌한 감정을 주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문제가 된 범위가 넓을 수 있기 때문에 빠짐없이 검토하겠다”고 공지했다. 또한 김용하 블루아카이브 총괄 PC도 “영상 홍보물 중,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포함된 점을 확인했다"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 영상들에 대해서는 진위 확인과 빠른 조치를 위한 비공개 처리가 완료됐다”고 전했다.

스튜디오 뿌리 측은 사과문을 통해 논란이 된 손동작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출처=스튜디오 뿌리>

당사자인 뿌리도 공식 사과문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26일 오후 공개된 사과문에서 뿌리 측은 “(해당 손동작이)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으로 들어간 것이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다”면서 “원청사(넥슨)가 괜찮다면 의혹이 있는 장면은 책임지고 수정하고, 해당 스태프는 앞으로의 수정 작업과 더불어 저희가 작업하는 모든 PV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작업하고 있던 것도 회수해 폐기하고 재작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거세졌고, 스튜디오 뿌리 홈페이지에 트래픽이 몰리며 접속이 일시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어 27일 장선영 뿌리 대표가 직접 2차 사과문을 올렸는데, “문제가 됐던 해당 스태프는 퇴사를 결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문제가 지적된 건들에 대해 의도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표현에 대해 ‘표현의 의도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해당 사과문은 돌연 삭제된 상태다.

지난달 28일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민주노총과 여러 단체들의 공동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사진=여성민우회>

결국 게임 PV 속 캐릭터의 손 모양이 ‘페미니즘’을 논하는 거센 ‘젠더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며 업계가 발칵 뒤집힌 상황인데, 여기에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에 대해 넥슨 노조 측이 불편함을 드러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8일 민주노총은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문화연대 등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넥슨이 일부 이용자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논란을 멈춰라: 게임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몰이를 규탄한다’면서 넥슨을 규탄했다.

이에 대해, 넥슨 노조가 반발하면서 사태는 ‘노-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노총의 기자회견 이후 29일 배수찬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넥슨 지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민주노총 총연맹은 우리와 어떠한 논의도, 사안에 대한 이해도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며 “이건 산하 지회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배 지회장은 “심지어 손가락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였고, 우리에게 민주노총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의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하 IT 노조)가 이에 대해 반박하는 성명을 게시하면서 사건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IT 노조는 지난 1일 ‘있지도 않은 자라를 핑계로 솥뚜껑만 내다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현재 업계에서 불거진 ‘젠더 갈등’에 대해 일부 게이머들은 ‘기부 릴레이’로 대응하며 수천만원 이상의 기부액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메이플 인벤 게시글 캡쳐> 

한편, 이슈가 고조되면서 게이머들 사이의 의견도 나뉘고 있지만 공통된 의견은 “게임과 무관하고 불편을 야기하는 표현 자체를 삽입하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한 게임 개발진은 “혐오 문화가 포함된 논란이나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은 제거하고 있다”며 “혐오 표현이 아니라도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고 불편하니까 수정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 게이머들은 혐오 문화의 발생에 대해 선행으로 맞서겠다는 따뜻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 릴레이를 시작한 것인데, 지난 2일 새벽 메이플스토리 인벤의 한 유저가 혐오 표현을 반대하는 뜻을 담아 기부한 내역을 인증하며 시작됐다. 이는 현재 다양한 게임 커뮤니티에서 연쇄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수천만원 이상 규모의 모금액을 기록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인벤 측의 합산 결과, 3일 11시 30분 기준 해당 커뮤니티 내의 기부액만 2000만원(524명 참여)을 돌파했다. 이외에도 블루아카이브 채널은 3일 9시를 기준으로 1545만원(416명 참여), 마비노기 블로니 채널은 3일 0시를 기준으로 180만원 이상의 기부액을 돌파했다.

기부에 참여한 한 유저는 “혐오에 대해 또 다른 혐오로 응수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젠더 갈등 속 게이머들의 입장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한 유저는 “기부 릴레이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예림 기자 / leeyerim@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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