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인상·성과금 지급 등 임금 교섭 진전
정년 연장 등 포함 단체협약 교섭서 ‘평행선’
이달 중 교섭 재개…파업 시 생산 차질 우려

기아 오토랜드 광명 1공장 EV9 생산라인.<사진제공=기아>
기아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기본급 인상과 성과금 지급을 포함한 임금 교섭에서 진전을 보인 반면 정년 연장과 주 4일제 도입을 담은 단체협약 교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기아가 남은 4분기 K5와 카니발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비롯한 대어급 신차 출시를 앞둔 만큼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지난달 21일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12차 본교섭이 결렬된 이후 차기 교섭 일정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르노코리아자동차, KG모빌리티, 한국GM 등 기아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4개사가 추석 전인 지난달 28일까지 올해 임단협 무분규 타결을 이뤄낸 것과 대조된다.
우선 기아 노사는 임금 교섭에서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다.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400%+1050만원 지급, 재래시장상품권 25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사측의 제시안에 대해 노조가 내부 논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차 노사가 지난달 12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열린 21차 본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을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임금 인상안이다.
다만 기아 노사는 단체협약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 수령 직전인 만 64세까지 정년 연장, 주 4일 근무제 도입, 중식 시간 유급화 등을 담은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사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 중이다. 특히 노조가 꾸준히 요구해 온 정년 연장의 경우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사측은 추후 협의를 거쳐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노사 간 갈등의 골은 계속 깊어지는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는 사측의 단체협약 제27조 1항 개정 요구를 개악안으로 판단하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단체협약 제27조 1항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과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사측은 해당 조항을 개정하는 대신 신입사원 채용 절차를 진행해 조합원의 노동 강도를 줄여주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노조 관계자는 “개악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끝내 거부하며 노사 관계 파국을 선택했다”며 “사측이 끝까지 버티기와 개악으로 일관한다면 노조는 더욱 단결해 조합원의 정당한 요구안을 완전히 쟁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기아 노사가 이달 중 진행을 앞둔 임단협 본교섭이 또다시 불발돼 파업이 현실화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아는 남은 4분기 내 부분변경을 거친 K5와 카니발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할 예정인데,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신차 계획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기아 노조는 지난달 8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총원 대비 82.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점을 고려하면 파업보다는 타결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정년 연장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파업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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