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싱크탱크 “K-반도체, 중국 견제에 동참해야”…삼성·SK, 미·중 고래 싸움에 ‘전전긍긍’

시간 입력 2023-06-02 17:10:36 시간 수정 2023-06-02 17: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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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크탱크, ‘삼성·SK의 마이크론 대체’ 경계 나서
中 내 마이크론 입지 위축에 삼성·SK ‘반사이익’ 전망
앳킨슨 ITIF 회장 “中, 한국 메모리 사업 빼을 수도” 경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중국이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서 미·중 반도체 분쟁이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길 경우, 한국과 미국 간 신뢰 관계에 금이 갈 것이라는 미 전문가의 전망이 제기됐다. 

로버트 앳킨슨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은 현지시간으로 1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중국이 우리를 응징하는 상황을 한국 기업들이 이용하면 한·미 간에 신뢰를 무너뜨려 큰 문제가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앳킨슨 회장은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과학기술 싱크탱크 ITIF를 이끌고 있는 전문가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자문위원을 지낸 바 있다.

미 싱크탱크가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게 강하게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은 중국의 대 마이크론 제재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마이크론 제품을 대체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앞서 지난달 21일 마이크론의 반도체가 자국 네트워크 보안 검토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국 주요 기업에 마이크론 제품 조달을 금지토록 요청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마이크론 제품에는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한다”며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준다”고 제재 사유를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중국 기업들은 이같은 조치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인스퍼와 레노버 등 중국 최고 서버 기업들은 협력 업체들에게 마이크론 제품이 포함된 부품 출하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인스퍼와 레노보는 마이크론 제품의 최대 구매 업체 중 하나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내 물류부터 금융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기업들이 마이크론 반도체를 구입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마이크론에서 반도체를 조달해 온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눈을 돌리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수익성 제고 및 시장 점유율 확대 등 반사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최근 증권사 번스타인은 중국의 대마이크론 제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하여금 마이크론의 중국 내 공급 물량을 대신 확보하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 당국의 마이크론 제재로, K-반도체 업체들이 더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4일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에 나설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 내 반도체 부족분을 대체 공급해선 안 된다고 압박한 바 있다. 사실상 미국이 삼성·SK의 중국 내 판매까지 간섭하고 발목을 잡으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미 싱크탱크도 한·미 간 신뢰 관계에 부정적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반도체 공급 공백을 메우는 것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앳킨스 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사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맹추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목표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 톱3 중 1곳을 망하게 하는 것이다”며 “그게 마이크론이 될 수도 있고, SK하이닉스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전자와 관련해선 “중국이 삼성을 망하게 하지는 않겠지만 삼성의 메모리 사업을 빼앗을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앳킨스 회장은 “분열시켜 정복하는 게 중국의 핵심 전략이다”며 한국과 미국이 중국 기업이 만든 메모리 반도체의 수입을 금지하는 ‘동맹 합의’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첨단 산업 분야가 겹치기 때문에 한국이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게 한국에도 이익이다”며 한국이 장기적인 시각으로 내다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SK가 미·중 양국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K-반도체 업체들에게 마이크론을 대체해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게 요구한 데 이어, 오히려 중국에 맞서 한·미 동맹을 강화하자고 나섰다. 그러나 중국 생산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중국은 매출 증대를 위한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 현지에서 반도체공장을 운영 중이고, 중국 생산 의존도도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그러나 마이크론 제품 조달 금지 조치가 삼성·SK의 현지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호재가 될지는 지금 상황에서 알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중국의 대마이크론 제재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3일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1차관은 “(중국이)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일 뿐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 조치한 게 아니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일차적으로 피해는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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