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중국 실적 ‘적신호’…반전 키워드는 ‘제네시스·전기차’

시간 입력 2023-03-27 17:50:21 시간 수정 2023-03-27 17: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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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법인 영업손실 1조3730억원 달해
연간 50만대 판매 벽도 무너져…철수설 솔솔
올해 GV60·EV6·EV5 등 투입해 분위기 전환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나란히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 대비 낮은 인지도로 인해 판매 부진을 겪으며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제네시스와 전기차를 앞세워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 분위기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27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현대차의 도매 기준 중국 판매량은 2021년 35만2000대에서 지난해 25만4000대로 9만8000대(2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중국 판매량도 15만4000대에서 9만5000대로 5만9000대(38.3%) 줄어들었다. 지난해 중국 내 자동차 산업 수요가 2105만700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2%, 기아는 0.4% 수준에 불과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현지 공장 가동이 멈춰 있는 러시아를 제외하면 중국은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판매가 가장 많이 감소한 해외 시장이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 여파에도 주력 시장인 미국·유럽과 신흥 시장인 인도에서 성장세를 이어간 것과 대조된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인도 판매량은 2021년 69만4000대에서 지난해 80만6000대로 11만2000대(16.1%) 증가했는데, 이는 인도가 중국·러시아 판매 부진을 상쇄할 대체 국가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현대차·기아 중국 법인의 실적도 크게 악화했다. 현대차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모터컴퍼니(BHMC)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8212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523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한 이후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기아 중국 법인인 강소열달기아기차유한공사(KCN)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5518억원으로 2017년(-2731억원) 이후 6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현대차·기아 중국 법인의 지난해 영업손실만 1조3730억원에 달하는 만큼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차·기아는 2002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미국 완성차 업체의 공백, 2010년 일본 토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 등의 반사이익을 보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2017년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에 대한 경제 보복으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본격화한 이후 판매에 직격탄을 맞았다. 2016년만 해도 179만9000대에 달했던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2017년 118만대로 불과 1년 만에 61만9000대(34.4%) 줄어들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부터 중국에서 혹독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2019년 94만6000대에서 2020년 66만4000대로 28만2000대(29.8%) 감소했고, 2021년에는 50만6000대에 그쳤다. 지난해의 경우 34만9000대를 기록하며 연간 50만대 판매의 벽마저 무너졌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강판을 재가공해 현대차·기아에 납품해온 현대제철이 지난해 중국 법인 매각 작업에 착수하면서 철수설이 나돌기도 했다.

현대차·기아가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사이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가 선두 자리를 놓고 접전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내연기관차 시장의 주도권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25년 연간 3000만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현대차·기아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시장”이라며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중국 소비자의 니즈에 특화된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를 꾸준히 선보여 경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홍하이 기아 중국법인 COO(왼쪽부터), 김경현 기아 중국법인 총경리, 장나이원 기아 중국법인 동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디자인센터 부사장, 이태훈 글로벌사업관리본부 전무 등 경영진이 지난 20일 열린 ‘기아 EV 데이’에서 콘셉트 EV5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기아>

현대차·기아는 올해 제네시스와 전기차를 키워드로 중국 시장에서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첫 번째 전용 전기차인 GV60를 이달 17일 중국에 출시하고 판매에 돌입했으며, 현재 8개의 제네시스 쇼룸을 베이징 등 주요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는 올해 EV6와 EV5를, 내년 EV9을 중국에 내놓는다. EV5은 기아가 이달 20일 중국에서 열린 ‘기아 EV 데이’를 통해 처음 공개한 ‘콘셉트 EV5’ 기반의 양산차로, 오는 11월 출시가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송호성 기아 사장은 “올해는 EV6와 EV5를, 내년에는 플래그십 SUV 전기차인 EV9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가장 빠르고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전략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적인 전기차 모델과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높은 기대치를 가진 중국 고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 전기차 티어 1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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