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3나노 반도체 ‘고전’…삼성, 파운드리 시장서 기회 잡나

시간 입력 2023-03-24 17:33:33 시간 수정 2023-03-24 17: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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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핀펫 기술 기반 3나노 칩 생산…수율 확보에 난항
첨단 공정 기술 장벽 탓…애플 AP 성능 저하 우려
삼성, 세계 최초 GAA 기술 적용…지난해 6월 본격 양산
“기술 초격차 전략 토대 차세대 3나노 2세대 경쟁력 강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만 TSMC가 첨단 공정인 3nm(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TSMC는 지난해 6월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첨단 반도체 기술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는 데 고전하는 모습이다. 삼성이 3나노 파운드리 시장의 선두로 올라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해외 IT 매체 Wccftech에 따르면 애플의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스(AP) ‘A17 바이오닉(Bionic)’ 생산을 맡은 TSMC는 현재 3nm 반도체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ccftech는 유명 IT 팁스터인 ‘레베그너스(Revegnus)’를 인용해 “TSMC가 3나노 반도체 제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에따라, ‘아이폰15’ 시리즈와 같은 신형 아이폰에 들어갈 A17 바이오닉의 성능 목표치도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해당 반도체의 수율이 당초 밝힌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만약 해당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A17 바이오닉의 공급량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TSMC의 반도체 수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첨단 공정인 3나노 기술이 워낙 까다로워 수율을 제고하기 어려운 탓이다.

지난해 12월 TSMC는 대만 타이난시에서 3나노 반도체 양산식을 열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당시 TSMC는 기존 5나노 공정에 사용되던 ‘핀펫(FinFET)’ 기술을 개선한 설계 기술 ‘핀플렉스(FinFlex)’를 적용해 3나노 수율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자랑한 바 있다. 대만 언론들도 “TSMC의 3나노 수율이 최대 80%에 이를 것이다”는 전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실제 수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생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는 정원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맨 왼쪽부터),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 <사진=삼성전자>

전통적인 파운드리 강자 TSMC가 3나노 공정에서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경쟁자인 삼성전자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다. 이는 TSMC보다 반년 가량 앞선 것이다.

GAA는 반도체 칩에 전류가 충분히 흐르도록 설계해 전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고안된 신기술이다. 기존에 주로 활용돼 온 핀펫 기술은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게이트’와 전류가 흐르는 ‘채널’이 ‘위-좌-우’ 3개 면에서 만나는 반면 GAA는 아래 면까지 추가해 게이트와 채널이 맞닿는 면적을 넓혔다.

그러나 GAA가 신기술인 탓에 초기에 안정적으로 양산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투자 비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GAA가 아닌 핀펫 기술을 활용하기로 한 것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GAA 기술을 첨단 공정에 잘 적용한다면 핀펫보다 전력 소모와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등 측면에서 훨씬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정립하고, 파운드리 선단 공정 구축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를 추진했다. 이 회장은 앞서 2019년 4월 당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에 133조원을 투자해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넘어서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 회장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은 실제 현실로 반영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25일 열린 3나노 양산 출하식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을 그었다”며 “핀펫 트랜지스터가 기술적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새로운 대안이 될 GAA 기술의 조기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TSMC가 3나노 반도체 양산에서 주춤하고 있는 사이, 삼성전자는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글로벌 고객사들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인베스터스 포럼 2022’에서 “삼성 파운드리는 4~5nm 공정에서 TSMC에 뒤처졌다”면서도 “그러나 지난해 6월 양산을 시작한 3nm 공정은 앞으로 중요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 만큼, 첨단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부사장은 “3nm 반도체 칩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3.4배 확대할 계획이다”며 “이를 통해 파운드리 고객사를 2027년까지 5.5배 이상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남은 것은 삼성이 주도하는 GAA 기술 기반의 첨단 반도체 양산이 얼마나 빨리 안정화되는지 여부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 본격적으로 양산되는 3나노 2세대 공정이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GAA가 적용된 3나노 2세대 공정은 5나노 핀펫 공정 대비 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면적 35% 축소 등의 성능 개선이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세대 GAA 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3나노 2세대 공정의 신규 고객 수주를 늘리고, 2나노 1세대 개발에도 집중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쉘 퍼스트(Shell First)’ 전략으로 파운드리 수요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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