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없다’던 삼성, D램 재고 눈덩이…“‘무감산 기조’ 깨지나”

시간 입력 2023-03-24 07:00:01 시간 수정 2023-03-23 18: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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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업계 “삼성전자, 실질적 감산 진행 중”
“인위적 감산 없을 것” 기존 입장과 상반돼
지난해 DS 부문 재고 자산 29조576억원
D램 출하량 증감율 -13%…낸드는 -12%
“재고 급증 위기 타개 위해 감산 늘릴 듯”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재고 수준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이미 실질적인 감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인 IT 수요 위축으로 반도체 한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반도체 재고가 눈덩어리처럼 불어나면서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현재 삼성전자가 실질적인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감산 계획을 철회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이미 삼성전자는 상당한 규모로 감산을 진행 중이다”며 “일부 테스트 및 부품 업체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올 1분기 삼성전자에서 수주한 물량은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삼성이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필수 소재·부품 구매를 줄이고, 테스트와 같은 반도체 후공정 등에서 물량을 축소시킨 것 자체가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당초 인위적인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극심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설비 투자 축소와 감산 계획은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조3100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 13조8700억원 대비 68.95%나 급감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4년 3분기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반도체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 8조8400억원과 비교해 무려 96.95%나 급락했다.

당시 업계는 삼성이 실적 발표를 계기로 시설 투자를 줄이고 생산량도 크게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1월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시황이 약세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인위적인 감산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증권 업계는 삼성이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대신 생산라인 운영 최적화 등을 통해 실질적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재고 때문이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D램 재고가 21주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경쟁사와 비교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 3세대 10나노급 8Gb DDR4 D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반도체 재고 수준이 너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재고 자산 총액은 52조1878억원으로, 2021년 말 41조3844억원 대비 20.7% 늘었다. 재고 자산은 기업이 보유한 상품이나 제품 등이 포함된 자산이다. 삼성전자의 재고 자산이 50조원을 웃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DS 부문의 재고가 급증했다. 지난해 말 DS 부문의 재고 자산은 29조576억원으로, 2021년 말 16조4551억원에 비해 76.6%나 급증했다.

이 중 완성품인 상품 재고는 2021년 말 2조4910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6011억원으로 무려 165.1%나 확대됐다. 삼성전자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면서 재고로 쌓이는 물량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당분간 반도체 출하량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D램 출하량 증감율은 -13%로 추정됐다. 낸드플래시도 -12%로 전망됐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축소 기조가 당초 예상과 달리 훨씬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올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은 시장 예상을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생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는 정원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맨 왼쪽부터),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 <사진=삼성전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1분기 삼성전자의 DS 부문이 3조2880억원에 달하는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8조4540억원보다 무려 11조742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실적 부진이 DS 부문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D램 영업이익은 -1조10억원, 낸드는 -2조27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재고 누적, 가격 하락,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당초 무감산 기조를 천명했던 삼성전자로서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재고 수준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출하량마저 크게 줄어든다면, 장기간의 실적 악화로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이에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감산 수준을 오히려 확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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