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LG 가전, 재고누적 비상…“TV·세탁기 생산라인 가동률 ‘뚝’”

시간 입력 2023-03-25 07:00:02 시간 수정 2023-03-24 06: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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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가전·TV·모니터 가동률 일제히 하락
지난해 3분기 재고자산 11조원 달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제공=LG전자>

그동안 상승세를 타던 LG전자의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전 시장 침체로 급증한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LG전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 부문의 가동률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탁기 생산라인 가동률은 84.3%, 에어컨 생산라인 가동률은 96.2%로 각각 전년 대비 22.5%p, 14.5%p 줄었다. 유일하게 100%를 넘긴 냉장고 생산라인 가동률 역시 2021년 126.1%에서 지난해 103.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TV를 생산하는 HE부문은 공장 가동률이 81.2%로 가장 낮았다. 기업간 거래(B2B)를 담당하는 BS부문의 모니터 생산라인 가동률도 127.7%에서 100.1%로 떨어졌다.

이처럼 생산라인 가동률이 급락한 것은 글로벌 경기둔화로 LG전자의 주력품목인 가전 수요가 감소한 때문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가전 시장 불황으로 재고가 쌓이자 공장 가동률을 낮춰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 시장 규모는 10%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3분기 LG전자의 재고자산 규모는 11조2017억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당시 TV를 담당하는 HE부문의 재고자산은 상반기 대비 24.1% 증가한 2조1803억에 달했다.

LG전자는 이처럼 TV와 생활가전 등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재고가 누적됨에 따라,  재고 처분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3분기에서 4분기 동안 1조8129억원의 재고를 털어내 지난해 LG전자의 재고자산은 총 9조38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3.7% 감소한 규모다.

다만 재고 처리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판매관리비가 늘면서 영업이익률은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H&A부문의 영업이익률은 3분기 3.1%에서 0.4%로 추락했다. HE부문은 영업이익률은 -2.4%로 떨어지며 적자 전환했다.

LG전자는 실적발표를 통해 “글로벌 거시경제 악화로 인해 가전 수요가 감소했고, 한국과 해외 시장이 역신장세로 전환했다”며 “영업익은 고정비 증가와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가전부문이 올 상반기까지 수요 둔화 흐름을 이어가다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프리미엄 가전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TV 재고 건정성도 회복돼 수익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정희 LG전자 HE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지난 4분기 실적발표에서 “적극적인 재고 건전화 노력으로 당사 TV 유통 재고 수준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해 평년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전한 재고 운영을 목표로 유통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요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실판매와 연동한 생산 판매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TV, 가전 등 적극적인 재고 조정으로 1분기 재고 부담이 없는 가운데 OLED TV, 신가전, 프리미엄 가전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며 “믹스 개선으로 연결되면서 영업이익률이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LG전자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비 투자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H&A 부문에는 지난해보다 13.9% 증가한 9793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일 사업본부 기준으로 가장 큰 투자 규모다. HE부문은 전년 대비 20.5% 증가한 3246억원으로 책정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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