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노 파운드리 대전’ 본격화…삼성 “기술격차 더 벌려” vs TSMC “고객사 선점”

시간 입력 2023-01-27 07:00:01 시간 수정 2023-01-27 07: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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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지난해 12월 3나노 양산 시작…“삼성에 반년가량 뒤처져”
첨단 공정 생산 늦었지만 애플·퀄컴·미디어텍 등 고객사 다수 확보
삼성, 고객사 확보 과제…점유율 확대 위해선 수율 개선 우선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1위인 대만 TSMC가 첨단 공정인 3nm(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미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한 삼성전자와  TSMC 간 3나노 파운드리 패권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주요 고객사들이 TSMC와 손을 잡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3nm 공정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수율 확보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블룸버그 통신의 애플 전문 기자 마크 거먼(Mark Gurman)은 올 연말 혹은 내년 1월경에 애플이 최초의 ‘M3’ 프로세서 기반 맥북 에어와 아이맥 등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내다 봤다. M3 칩셋은 애플이 독자 개발한 CPU ‘M 시리즈’의 차세대 반도체다. 해당 반도체는 TSMC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TSMC가 애플 M3 칩셋을 양산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 첨단 공정 기반 파운드리 기술 도입으로 3nm 반도체 제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TSMC는 대만 타이난시에서 3나노 반도체 양산식을 열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 바 있다.

애플만이 아니다.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미국 브로드컴으로부터 3나노 반도체 주문을 따냈다. 디지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브로드컴의 새 반도체는 TSMC의 3나노 공정에서 제작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TSMC는 애플, 퀄컴, 미디어텍, 엔비디아, AMD에 이어 브로드컴까지 글로벌 고객사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만 TSMC. <사진=연합뉴스>
대만 TSMC. <사진=연합뉴스>

TSMC는 3나노 반도체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첨단 공정 구축 및 생산 능력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TSMC는 대만 내 3나노 공정 투자 규모를 1조8600억 대만달러(약 75조7020억원)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세계 각국에 반도체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재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및 일본 구마모토현에도 새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중 미 애리조나주에 건설되고 있는 3나노를 포함한 공장 2곳에 대한 투자 규모를 400억 달러(약 49조2280억원)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고객사가 위치한 미국에서의 생산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일본에 반도체공장을 추가 건설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도 TSMC의 새로운 생산 거점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독일을 방문한 TSMC 경영진이 현지 반도체공장 건설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이 보도한 바 있다.

3nm 반도체를 먼저 양산하기 시작한 삼성전자와 TSMC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초격차’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2019년 4월 당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에 133조원을 투자해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넘어서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생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는 정원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생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는 정원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은 실제 현실로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본격 돌입했다. TSMC 보다도 반년 가량 앞선 것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25일 열린 3나노 양산 출하식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을 그었다”며 “핀펫 트랜지스터가 기술적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새로운 대안이 될 GAA(Gate-All-Around) 기술의 조기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결과”라고 극찬했다.

기술 초격차를 통해 TSMC를 추격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글로벌 고객사들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인베스터스 포럼 2022’에서 “삼성 파운드리는 4~5nm 공정에서 TSMC에 뒤처졌다”면서도 “그러나 지난해 6월 양산을 시작한 3nm 공정은 앞으로 중요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 만큼, 첨단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부사장은 “3nm 반도체 칩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3.4배 확대할 계획이다”며 “이를 통해 파운드리 고객사를 2027년까지 5.5배 이상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엔비디아, 퀄컴, IBM, 바이두 등의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3나노 공정의 반도체 생산이 6개월 가까이 늦었던 TSMC 보다 고객사 확보에 밀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삼성의 파운드리 패권 도전 목표도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의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6.1%에 달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5.5%로, TSMC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려면 첨단 공정에서 반도체 수율을 더 끌어 올려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수율은 투입된 웨이퍼 수 대비 완성된 양품의 비율을 의미한다. 수율이 50%라는 것은 반도체 100개 중 50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고객사 입장에선 고품질의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중요한 만큼 3나노 반도체 수율을 높이는 것이 삼성전자의 입지를 개선하는 최적의 선택지라 할 수 있다.

수율은 각 반도체 업체에 극비 사항으로 분류되는 기밀이다. 일부 대만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nm 공정 수율이 20%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의 구체적인 수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미 안정적인 수준의 수율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3nm 반도체 수율은 50~60% 수준의 안정적인 상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 역시 수율과 관련해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첨단 공정 수율 개선으로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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