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망/지경초] 5대 금융지주, 경각심 속 내실경영 체계 가동…‘위기를 기회로’

시간 입력 2023-01-10 07:00:01 시간 수정 2023-02-01 17: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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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금융 산업…“올해 지주사 실적 상승 랠리 꺾일 것”
‘리스크 관리’ 주문한 정부에…5대 지주 수장 경각심 강화
경제 위기 속 지속가능성장 이루려면 내부 정비 우선시 돼야
본업 강화에 미래 경쟁력 위한 투자 더해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주요 금융지주사에게 지난 2022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해로 기록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뛰어난 재무성과를 보인 것은 물론 비은행 포트폴리오 퍼즐 완성 등 그룹의 숙원사업까지 모두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올해는 경영여건이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글로벌 통화긴축, 원자재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지속된 점은 물론 급격한 환율인상과 수출부진,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채권가치 하락 등 국내 산업계에 잔존한 악재에 따른 영향이다. 

이에 5대 금융지주는 2023년 계묘년 새해 위기관리에 집중한 내실 경영을 통해 ‘단기적 수익성’과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경영전략을 내세웠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으로 정부의 금융규제 혁신 기조 등에 힘입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포부다.

◇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사상 최대 실적 경신

지난 2022년은 최근 2년여 간 국내외 경제를 뒤흔들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엔데믹 체제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혼란이 더욱 심화된 한 해였다.

국내외 정세 불안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슈로는 급격한 긴축 통화 정책이 자리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연준(Fed)은 28년 만에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이후 4회 연속 같은 폭으로 금리를 올렸다.

가장 최근 회의였던 지난해 12월에 0.50%포인트 인상(빅스텝)으로 금리 조정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이에 앞선 3월과 5월 각각 0.25%와 0.50%씩 기준금리가 인상됐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공격적인 기조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총 7차례의 인상에 따라 1년 새 4.25%포인트나 올랐다. 이 같은 인상 속도는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빠른 수준이다. 금리 역시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 긴축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 2021년 말 1.00%이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말 3.25%까지 2.25%포인트나 올렸다.

금리 변화는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나아가 부동산 시장에도 변동성을 키웠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금융권은 혼란의 연속이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증시 부진으로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성과는 급감했으며 IPO(기업공개) 시장 역시 움츠러들었다. 금리 인상으로 투자 차원에서 보유했던 채권의 평가 손실이 늘어난 까닭에 증권, 보험사 등의 실적 역시 크게 악화됐다. 부동산PF 부실 위기에 금융사의 위험 익스포저(손실 위험 노출액) 역시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러나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주력 계열사인 시중은행은 금리 인상 기조를 틈타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확보하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아울러 그룹 차원의 최우선 과제로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강화를 손꼽으며 은행 외 수익성을 다변화했다.

그 결과 국내 금융권을 대표하는 5대 금융지주의 지난 2022년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15조8261억원을 기록, 3개 분기 만에 직전년도인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16조8347억원의 94%에 해당하는 순익을 달성했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익이 4조3154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 한 해 총 순익인 4조193억원을 웃도는 기염을 토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지주 역시 2조6617억원의 순익을 달성하며 직전년도 총 순익인 2조5879억원을 넘어섰다.

아직 4분기까지의 실적을 모두 반영한 온전한 2022년 한 해의 순익은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2023년 주요 전략, 내실 경영 통한 지속가능성장 추구…‘비은행육성 과제 제시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은 이 같은 경제 위기 상황의 극복 방안에 대해 한 목소리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제히 ‘내실 경영’을 2023년 주요 전략으로 앞세웠다.

잘 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는 한편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의 경쟁력을 강화해 본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예가 내부 재정비를 통한 경영 효율성 증대와 적극적인 M&A를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구축, 계열사 통합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 등의 행보다.

이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비은행 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각 사의 포부와 달리 지난해 3분기 기준 5대 금융지주의 비은행 기여도는 평균 30%대 선에서 머물렀다.

이에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작금의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혹한기 또는 빙하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라며 “내실이 강한 기업은 위기에 더 강한 만큼 당장의 이익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성장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KB금융은 이를 위해 그룹의 중장기 전략인 ‘R.E.N.E.W’의 5대 방향을 다시 한 번 재정비했다. 우선 사업부문별 내실 있는 성장으로 수익기반을 공고히 이룰 수 있도록 효율적 운영모델을 재정립하고 그룹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 글로벌 영업기반을 안정화하고 ‘금융 플랫폼’을 넘어 ‘일상생활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꾀하며 비금융 사업 영역에서의 성과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원의 투자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2023년은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하며 “올 한해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 우리 업(業)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업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가치로 손꼽았다. 세부적으로 △기업금융(IB) △외국환 △자산관리(WM) △캐피탈 △신탁 등 하나금융의 강점을 더욱 키우고 비은행 부문의 M&A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해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다.

아울러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더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왼쪽 상단부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사진=각사>
(왼쪽 상단부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사진=각사>

올 들어 새로이 임기를 시작한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도전 정신으로 위기 상황을 적극 개척해나가겠다”며 “농협중앙회 내부는 물론 외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로서의 내실을 다지고 실질적인 금융지주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이루기 위해 전략을 새로이 수립하기보다는 기존의 비전과 전략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진하겠다는 철학을 앞세웠다. 특히 자회사를 비롯한 범농협이 함께하는 시너지 경쟁력을 기반으로 ‘금융의 모든 순간, 함께 하는 100년 농협’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3월 말 정기 주총 이후 신한금융의 새로운 수장으로 자리하게 될 진옥동 신임 신한금융 회장 역시 조용병 현 회장의 기조를 이어 내실 경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기초체력을 다진 전 그룹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내세울 경우 중장기적으로 추진 중인 ‘일류 신한’ 비전에 한 걸음 더 가까워 질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올 초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내실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수익과 규모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기준은 신한과 동행하는 이해관계자 모두의 가치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며 “이는 금융 본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만큼 원칙과 기본을 지키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임이 기대되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역시 “올 한해 불확실성 대응 리스크관리 강화 및 내부통제 체계 정교화는 모든 금융권의 기본 중의 기본 전략일 것”이라며 “상반기까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산 건전성, 자본비율, 유동성 관리에 집중해 체력을 적절히 비축하는 내실경영을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2023년 새해 ‘경쟁 우위 확보,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7가지 전략과 21가지 세부 과제를 수립하며 리딩금융으로의 도약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2023년 국내외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된 가운데 국내 금융 산업을 이끄는 5대 금융지주사들의 경영 전략 키워드가 공통됐다”며 “내실을 다지고 본업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늘려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5대 금융지주 수장, 올해 경제 위기 한 목소리…충격 최대한 줄여야

다만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은 올해의 경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현상의 위기를 극복했던 지난해와 달리 경영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미국 연준이 초강경 긴축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남아있는 데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각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만큼 경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특히 ‘리세션(Recession, 경기 후퇴)’이 2023년 국내외 경기를 나타내는 주요 키워드로 자리했다는 점은 국내 금융사의 경영에도 불안감을 더한다. 리세션이란 경기후퇴의 초기 국면에서 경기가 하강과정으로 들어서는 전환단계를 뜻하는 말로 경기 침체 상태로 풀이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위기의 거센 폭풍 속 3고 현상이 불러온 저성장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등 더욱 험난한 환경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으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글로벌 최고 금융회사 CEO들이 한 목소리로 걱정하는 리세션의 공포가 크게 느껴진다”며 우려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도 올해 취임 후 첫 출근길에서 “올해 많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각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계심은 정부가 지난 12월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잘드러난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5%, 올해 성장률을 1.6%로 제시했다. 그만큼 국가경제를 관통하는 자금흐름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이는 곧 금융사의 위기를 뜻한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0.8%),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곤 처음이다.   

나라경제 주요 성장수치는 기업, 가계와 맞물린 만큼  금융사는 신용위기라는 직격탄을 맞게된다. 올해는 수출과 내수가 함께 하락하면서 기업부도 위기가 증가한데다 장기 저금리시대가 남긴 가계부채와 자영업·취약계층의 부채,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영끌족의 연쇄 도산 등 위험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내외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우려 속 금융권의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거듭 당부하고 나섰지만 충격을 완화하는 선에서 당면한 위기와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해 글로벌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면서 금융의 중추적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건전성 유지와 손실흡수 능력 확보라는 자체 위기대응능력 강화에 최선을 다해 복합위기 상황 속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달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금융의 위기대응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관리 강화에 힘써달라”며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 점검을 정교화하고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는 등 선제적 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살펴보라”고 당부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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