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칼날 정조준…금융사고 ‘책임론’ 앞서 작아지는 은행권

시간 입력 2022-10-04 07:00:13 시간 수정 2022-09-30 17:11:25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지난 5년간 5대 주요 은행 준법감시인 ‘업무정지요구권’ 시행 ‘0건’
관리소홀 도마 위로…2005년 횡령사고 조흥은행장 ‘중징계’ 사례 따를까

<자료=금융감독원·최승재 의원실>

금융당국이 횡령, 이상 외환거래 등 잇다른 금융권 사고에 대해 본격 수사에 돌입한 가운데, 은행권이 받게 될 제재 수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론을 은행권에 물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이 제재 수위에 영향을 줄 지도 관심사다.

4일 금융권과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나욱진 부장검사)와 세관 당국은 우리은행 지점과 신한은행 본점, 지점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국은 이들 은행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을 했다는 의혹을 갖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자금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나와 무역법인 명의 계좌로 이체된 뒤, 해외 일반 법인으로 재차 송금됐다. 이를 당국은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로 보고 있다.

당국은 향후 비슷한 정황이 포착된 다른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비롯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잇따른 금융사고가 단순히 직원 개인의 일탈이나 ‘불운’이 아니라, 금융권이 감시 및 관리에 소홀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기 시작하면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 7월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은 지난 5년여 간 준법감시인들이 ‘업무정지 요구권’을 사용한 사례가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준법감시인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의해 내부통제를 관리,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담당자다. 이들에게는 지난 2014년부터 임직원의 위법 사항을 발견할 경우 업무정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도입된 바 있다.

준법감시인 담당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올 6월말 기준 5대 은행에서 전체 인력 중 준법감시인 담당 인력의 비중은 국민은행(1.0%)을 제외하고는 하나은행(0.91%), 우리은행과 신한은행(0.82%), 농협은행(0.59%)등 4개 은행이 모두 당국 권고 수준인 1%에 미치지 못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 직원 중 의무 명령휴가 대상 직원이 평균 15.6%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령휴가제는 회사가 특정 직원에 불시 휴가를 명령한 뒤 자체적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제도로 2014년 도입됐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순환근무 제도도 적용받지 않는 직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올 4월 기준 4대 은행의 임직원 중 순환근무 적용을 받지 않은 직원은 평균 23.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는 금융사고 재발을 위한 제도 보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사고가 발생한 은행의 관리소홀 혐의가 입증될 경우, 금융당국이 기관 및 해당 임원에 대한 징계를 내릴 수 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징계 사유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2005년 국민‧조흥은행 직원들이 850억원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횡령한 사고가 발생, 당시 조흥은행장이었던 최동수 행장이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 사례가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휴가를 떠났을 때 자체 검사를 실시하는 등 제도적으로 이미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여러 장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형 사고들이 일어났다는 것은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며 “업권과 당국이 책임을 통감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