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일시수령’ 제한해야”…퇴직연금 개편안, 가입자 반발 ‘우려’

입력 2022-08-12 07:00:01 수정 2022-08-12 04: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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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고용노동부 의뢰 '퇴직연금' 개편안 공개
퇴직연금 수급, 95.7%가 ‘일시금 수령’…재원 고갈 상황
‘일시금 제한’, 가입자 반발 불보듯…개편안 논의과정 논란 불가피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퇴직연금 개편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퇴직연금의 일시금 수령을 제한해야 한다’는 연구물을 마련하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정부는 공적연금 개혁에 퇴직연금 개선 방안을 포함시키겠다는 구상이지만, 현재 일시금 수령비율이 90%를 넘는 상황에서 가입자들의 반발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기능 강화를 위한 세제체계 개편방안'이란 연구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연구는 고용노동부가 공단에 의뢰해, 공단 산학협력단에서 수행한 연구물이다.

연구 내용의 핵심은 퇴직연금 일시금 수령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퇴직연금 일시금 수령을 허용하고 있어, 가입자들의 퇴직연금 중도 해지 및 인출이 자유롭다. 정부는 이로 인해 퇴직연금 재원 고갈이 가속화 되고, 퇴직연금 재원의 연속성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664만8000명에 달한다. 이 중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0.8%, 10인 미만 사업장 도입률은 17.8%다. 전체 기업 도입률은 27.2%, 근로자 가입률은 52.4%다. 퇴직연금 재원이 사실상 대기업 등 고소득 사업장의 근로자 가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55세 이상 퇴직자 중 10년 이상 가입한 퇴직연금 가입자의 대부분은 연금식 수급 대신, 일시금 수령 방식(95.7%)을 택하고 있다. 전체 대상의 절대다수가 연금식 수급 보다는 일시 수령을 택하면서,  당초 퇴직자금을 노후자금화 하려는 정책취지가 무색해진 실정이다.

정부는 초고령화 시대로 노인인구 증가가 빨라지는 만큼, 퇴직연금 재원 고갈 속도 또한 빨라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특히 고소득 노동자로의 가입 편중과 일시금 수령 허용,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 증가 및 가입자 자연감소가 맞물리면 재원 고갈을 더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퇴직연금 재원의 연속성·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가입하고 △장기간 유지 △장기간 수령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노후소득 보장기능이 강화된다는 입장이다. 다른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조차 2057년 기금의 완전 소진을 예상하는 만큼, 퇴직연금제를 중심으로 한 노후소득보장체계의 개편이 필수라는 뜻이다.

실제 해외의 경우, 영국과 미국은 EET(보험료 납입액 소득공제, 운용시 이자·배당·자본 소득은 비과세, 수급시 과세하는 퇴직연금 과세체계) 방식으로 세제체계를 활용하면서 일시금 수령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중인 퇴직연금 일시금 수령 제한은 시행과정에서 큰 반발을 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장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인해 실제 가입자 수가 감소할 개연성도 커 보인다.  실제 퇴직연금 대상자 대부분이 이직과정에서 생활자금, 사업자금 등의 목적으로 퇴직연금을 일시 수령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수급자의 조건과 환경을 고려치 않고 연금으로서의 공적기능 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퇴직연금을 고령화 시대 노후자금과 연계하려는 정부의 구상에 대해 이해 당사자인 가입자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중인 퇴직연금 개편과정에서 큰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재원 안정성이란 관리 차원에서 보는 시각은 관리 주체의 선택권은 늘리되, 납부자인 근로자의 선택권을 줄이는 것”이라며 “대출금 상환, 사업자금 마련 등 일시금 수요에 대한 요건 해소가 선행되지 않는 한, 납부자의 반발은 예상 가능한 부분”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납부자의 자금 사정은 이해가는 부분이나, 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이 연금역할을 하지 못하니 노후소득 보장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민간의 근시안적 비합리성에 대해 장기적인 시계를 볼 때, 국가가 개입할 당위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개혁 추진을 위한 이번 연구물을 연금개혁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퇴직연금이 일시금 수령으로 이뤄지다 보니 퇴직연금의 연금 기능이 어려웠다"면서 "연금 수령엔 혜택을 늘리고, 일시금 수령엔 패널티를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등에 연금수령 혜택 증대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으나, 타 연금 체계와의 정합성 등을 고려하다 보니 큰 변화는 없었다”며 “국회 연금특위에서 퇴직연금 개편안도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정책개선 과제를 계속해서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현지용 기자 / hj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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