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 내세운 신세계푸드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동물성 캔햄보다 나트륨 최대 2배 이상 많아

시간 입력 2022-08-01 07:00:01 시간 수정 2022-08-01 06: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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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g당 나트륨 함량 1030㎎, WHO 성인 하루 나트륨 제한 권장량의 절반
‘꼬마조아햄’ 500㎎의 2배…나트륨 가장 많은 ‘스팸클래식’과 50㎎ 차이
업계 나트륨 저감화 추세에 역행…회사 “저감화 제품 계획은 밝힐 수 없어”
‘식물성=건강식’ 강조 위해 '아질산나트륨' 발암 논란 재점화 지적도 나와

신세계푸드가 ‘사회적 대안육(代案肉) 육성’을 선언하며 소비자용으로 처음 내놓은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이하 배러미트) 캔햄의 나트륨 함량이 기존 동물성 캔햄과 비교해 최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러미트 캔햄 100g에는 1030mg의 나트륨이 들어 있는데, 이는 국제보건기구(WHO)의 성인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2000mg)의 절반이 넘는 양이다. 

신세계푸드는 또 동물성 캔햄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 ‘아질산나트륨’을 발암물질로 표현하면서, 자사의 식물성 캔햄에는 이 첨가물이 포함돼 있지 않아 건강에 더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발암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질산나트륨 자체가 아닌 데다, 한국인의 아질산나트륨 1일 섭취량은 WHO의 1일 섭취허용량의 11.5%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회사 측이 근거가 부족한 '안티 아질산나트륨'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러미트 캔햄, 오리지널 ‘스팸’만큼 짜…나트륨 저감화 트렌드에 역행

1일 CEO스코어데일리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동물성 캔햄 7개와 신세계푸드의 신제품 베러미트 캔햄 등 총 8개 제품의 성분정보를 분석한 결과, 베러미트 캔햄의 나트륨 함량은 100g 당 1030㎎으로, 나머지 7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820㎎)보다 210㎎(26%) 많았다.

조사 대상 업체와 제품의 나트륨 함량은 100g 당 △CJ제일제당 스팸클래식 1080㎎ △신세계푸드 베러미트 캔햄 1030㎎ △롯데푸드 K로스팜 910㎎ △목우촌 뚝심오리지널 850㎎ △아워홈 후레쉬햄 790㎎ △대상 청정원 런천미트 730㎎ △동원 리챔오리지널 670㎎ △아이배넷 꼬마조아햄 500㎎이다.

베러미트 캔햄은 대두단백, 식이섬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었지만 나트륨 함량은 다른 동물성 캔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특히 최저 수준의 나트륨 함량을 기록한 아이배넷의 꼬마조아햄과는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또 나트륨 함량이 가장 많은 CJ제일제당의 스팸클래식과는 불과 50㎎ 차이였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비만과 심혈관계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체내 칼슘 배출량을 늘려 골다공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캔햄 생산업체들은 나트륨 함량을 줄인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리챔오리지널을 보유한 동원F&B는 2010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자사 캔햄의 나트륨을 낮추는 작업을 통해 기존 제품 대비 나트륨 함량을 20% 이상 줄였다. CJ제일제당도 2020년 7월 기존 스팸에서 나트륨 함량을 크게 낮춘 ‘스팸 25% 라이트(나트륨 함량 510㎎)’를 출시한 바 있다.

한국인은 전 세계적으로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편이다. WHO의 하루 나트륨 섭취 제한 권장량은 2000㎎이며, 영국 식품표준청은 식품 100g 당 나트륨 함유량이 500㎎을 넘으면 과다 나트륨 함유로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3255㎎다.

신세계푸드의 베러미트 캔햄 100g을 섭취하면 WHO의 하루 나트륨 제한 섭취량의 절반 이상을 채우게 된다. 캔햄 100g은 시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캔햄 한 통(340g)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신세계푸드가 베러미트 캔햄의 나트륨 함량을 높인 것은 ‘맛’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콩을 활용한 식물성 대체육 특유의 잡내를 잡고, 기존 동물성 가공육과 최대한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선 소금이나 각종 향미 소재를 첨가할 수밖에 없다.

식물성 대체육의 과도한 나트륨 함량은 한국소비자원의 지적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6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식물성 대체육 15개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시험하고 표시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조사 대상 대체육 대부분이 콜레스테롤이 없고 햄버거용 소고기 패티보다 단백질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일부 제품에서 포화지방과 나트륨 함량을 낮출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정빈 한국소비자원 연구원은 “6개 업체에 나트륨 저감화를 권고했고 5개 업체가 저감화 계획을 받았다”면서 “또 현재 식약처에서는 2023년 내에 식품 유형 정립을 하고 그와 관련한 규격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소비자원에 보내왔으며, 현재 기준 마련을 위해 작업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햄. <사진=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 “베러미트, 발암물질 아질산나트륨 없어”…7년 전 논란 재점화

신세계푸드는 베러미트 캔햄을 출시하면서 자사 제품에는 아질산나트륨이 없다는 것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아질산나트륨은 가공육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식물첨가물로, 고기의 붉은색을 고정하고 향미를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베러미트 캔햄 출시 보도자료를 통해 “아질산나트륨은 동물성 단백질인 아민과 만나면 1급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이 된다는 이유로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질산나트륨을 2A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면서 “이에 반해 베러미트는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져 아질산나트륨뿐 아니라 동물성 지방, 항생제에 대한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2015년 WHO 산하 IARC는 가공육을 매일 50g 섭취 시 대장암 위험을 18% 증가시킨다고 발표한 데 따라 논란이 됐던 아질산나트륨 발암 논란을 끄집어낸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아질산나트륨 자체에는 발암성이 있다는 근거가 없다. 아질산니트륨과 육류 단백질인 아민 성분이 만나면 ‘니트로사민’이 생기는데 이 니트로사민이 발암가능물질이다.  또한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니트로사민은 담배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담배 특유 니트로사민'으로, 아질산나트륨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니트로사민과는 다르다. 

또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공육 섭취량은 1일 평균 약 6g으로 50g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이에 더해 2009~2010년 기준 한국인의 아질산나트륨 1일 섭취량은 WHO 1일 섭취허용량(0~0.06㎎/체중 1㎏)의 11.5% 수준이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아질산나트륨은 체내에서 빠르게 대사돼 대부분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된다면 제품을 끓는 물에 3분정도 데치면 아질산나트륨의 상당량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질산나트륨은 육류가 아닌 채소에도 들어있다. 

허선진 중앙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교수는 저자로 참여한 논문 ‘아질산염 및 육제품 소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서 “우리나라의 우려와 달리,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한 아질산염은 매우 낮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가공식품에 의한 아질산염의 섭취가 인간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아질산나트륨이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아질산나트륨은 발색제로도 쓰이지만 육류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균’을 억제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의 해명과 전문가들의 설명 등으로 아질산나트륨 논란이 잠잠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신세계푸드는 자사제품이 건강식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정부가 허용한 기준치에 맞춰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동종 업계 경쟁 제품들은 ‘건강식이 아니다’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저희가 완벽한 제품을 출시했다고는 하지 않았다”면서 “동물성 지방, 콜레스테롤, 아질산나트륨 등 우려가 있었던 부분에서 걱정 없는 제품이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나트륨 저감화 제품 출시 계획에 대해서는 “제품 확대 계획은 내부적으로 있지만 나트륨 저감 제품의 계획이 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푸드의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은 이날부터 서울 압구정에 있는 베러미트 팝업스토어 ‘더 베러’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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