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강조한 이재용…삼성, 'ARM' 인수 힘 실리나

시간 입력 2022-06-21 07:00:02 시간 수정 2022-06-21 06: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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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1일부터 상반기 경영전략회의 개최
이 부회장 출장서 느낀 기술 중요성 공유하는 자리
'팹리스의 팹리스' ARM, M&A 논의 여부도 관심

지난 18일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편은지 기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남긴 말이다. "잘 다녀오겠다"라는 짧은 한 마디를 남기고 출국했던 것과 비교하면 입국 시엔 꽤 긴 출장 소감을 남겼다. .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기술에 대한 중요성과 위기감을 강조한 만큼 삼성의 대형 M&A(인수합병)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은 이미 수차례 대형 M&A를 예고해온 바 있는 데다, 시스템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공언해 왔다. 또 지난달에는 향후 5년간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통신 등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멈췄던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3년 만에 부문별로 개최한다.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서 체감한 위기의식과 기술의 중요성 등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시스템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M&A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스템반도체 기술을 단시간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M&A만큼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이 M&A에 나선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영국의 ARM이다. ARM은 전세계 M&A 시장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매물 중 하나로, '팹리스의 팹리스'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팹리스 분야에서 막강한 지위를 가진 곳이다. 

팹리스(Fabless)란 반도체 설계를 뜻한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팹(공장)은 없지만 생산되는 반도체들의 밑바탕이 되는 산업이다. 이 가운데 ARM의 팹리스는 삼성전자는 물론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업 대부분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장도, 생산능력도 없지만 ARM은 팹리스 하나로 연간 매출 3조원,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시스템반도체 부문 시장 제패를 공언한 삼성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승부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강조했던 것 역시 시스템 반도체인데, 대부분의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에 의해 설계된다.

이는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 패권을 쥐게 될 강력한 터닝포인트로 ARM 인수가 꼽히는 이유다. 삼성이 ARM을 인수할 경우 이미 세계 1위를 쥐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부터 팹리스, 파운드리 등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팹리스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가진 ARM의 기술력을 갖고 싶어하는 건 반도체 기업이라면 당연한 것이지만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모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ARM을 인수하게 될 경우 시스템 반도체는 물론 메모리 반도체 역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삼성이 ARM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커보인다"고 말했다.

CRN 등 미국 IT 전문 외신들도 "삼성전자가 인텔과 함께 ARM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쟁쟁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역시 ARM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삼성이 M&A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성공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ARM을 인수할 경우 얻게 되는 팹리스 경쟁력이 막강함을 아는 퀄컴, 인텔, SK하이닉스 등도 기꺼이 100조원의 몸값을 가진 ARM의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독과점 문제로 ARM 단독 인수가 어려워진 것도 변수다. 올 초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시도했지만 주요 국가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취약점인 팹리스 경쟁력을 위해 ARM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단독이 아닌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할 경우 ARM이 100조원의 값어치를 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날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 사장 주재로 전자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관계사 경영진 25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은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기술로 한계를 돌파해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편은지 기자 / silve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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