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떠난 증시 ‘마케팅’ 줄여 말어…딜레마에 빠진 증권가

시간 입력 2022-05-29 07:00:01 시간 수정 2022-05-27 16: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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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수탁수수료 감소에도 마케팅 출혈경쟁

증시 불황에 개인투자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개미를 붙잡기 위한 마케팅도 한계에 부딪힌 모양새다. 마케팅을 이어가자니 효과가 미비하고 중단하자니 기존고객 마저 떨어나가는 불안한 상황이다. 

증시가 상승전환하지 않는 한 단기적인 마케팅만으로 개인투자자를 확보하기에 벅찬 모습이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증시전망을 고려했을 때 마케팅이 득보다는 실에 가깝다는 푸념도 나온다.

증권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마케팅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연결기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해 한해동안 평균 373억2000만원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했다. 2019년(189억9200만원)보다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광고선전비는 매출을 늘리기 위한 홍보비용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며, TV·신문 등 매체를 활용한 광고뿐만 아니라 기업이미지 제고를 목적으로 한 이벤트 등에 투입되는 비용을 포함한다. 최근에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출생자)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유튜브, 웹드라마, 웹툰 등 매체도 다양해졌다.

또한 해외주식 투자자 저변이 확대될 것이란 예상 속에 ‘서학개미 모시기’ 마케팅도 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종목에 대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를 각각 10개씩 보여주는 ‘나스닥토탈뷰’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존에 미국주식 정규장에서 매수, 매도호가를 한 개씩 제한적으로 제공하던 걸 20호가로 확대제공하는 것이다. 삼성증권도 지난달 미국주식 주간 거래시 10호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외에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해외주식 수수료 인하 이벤트 및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위탁수수료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증시불황에 투자자가 유입되지 않으면서 마케팅 비용만 늘어난 꼴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증시가 호황일 때 증권사들은 수탁수수료를 중심으로 실적개선해왔다”며 “올 1분기 수탁수수료가 감소하며 증권사 영업실적도 크게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탁수수료 의존도를 줄이고 수익원 다변화를 통한 실적방어가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증권사 중 자기자본 상위 10개사의 국내증시 수탁수수료는 올 1분기 6950억원을 기록했다. 외화증권수탁 수수료는 1828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 같은 기간 국내증시 수탁수수료는 1조3388억원, 외화증권수탁수수료는 2737억원을 기록했다. 1년 사이 48.09%, 33.22% 줄어든 셈이다.

2020년 동학개미운동(개인투자자 국내증시 유입현상)을 시작으로 서학개미운동(해외주식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까지 확산되며 2021년까지 국내 증권사 수탁수수료 수익은 크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증권사 수탁수수료 수익도 대폭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증권가 안팎으로 마케팅 비용이 불필요한 출혈경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면서도 “마케팅 효과는 단기간에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비용 조절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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