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에도 증권사 리포트는 투자 유지?… 신뢰도 ‘흔들’

시간 입력 2022-04-22 07:00:02 시간 수정 2022-04-21 17:54:17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매도의견 내면 기업 관계 악화… 사업 차질 불가피
리서치센터 독립성 확보할 체계 갖춰져야

최근 증시 흐름과 전망 간 괴리가 커지면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신뢰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리서치센터의 기업보고서는 외국인·기관투자자에 비해 정보수집에 취약한 개인고객들의 투자전략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객관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내증시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보고서에서는 투자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매수해야 한다는 투자의견이 많아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매도의견은 불과 0.06%

22일 금융투자협회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3월31일 기준)에 따르면 국내증권사 33개사의 매수의견은 평균 91.43%, 중립(보유)의견은 8.51% 수준의 투자의견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의견은 고작 0.06%로 1%에도 못미친다.

매수의견을 많이 낸 증권사는 △한양증권(100%) △리딩투자증권(100%) △교보증권(98.8%) △키움증권(97.8%) △DS투자증권(97.7%) 등이 상위 5개사를 차지했다. 리서치센터 인원이 비교적 많은 초대형 IB의 경우 △미래에셋증권(91.5%) △한국투자증권(89.7%) △삼성증권(85.4%) △NH투자증권(84.4%) △KB증권(83.3%) 등으로 나타났다.

중립의견 비중이 높은 △부국증권(59.4%) △메리츠증권(20.6%) △KB증권(16.7%) △NH투자증권(15.6%) △삼성증권(14.6%) 등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사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총 33개 증권사 중 매도의견을 낸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다올투자증권, 상상인증권 등이며 전체 투자의견 대비 0.5~0.8%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주요 외국계 증권사 투자의견 현황을 살펴보면 △메릴린치 매수 57.2%/중립 21%/매도 21.8% △모간스탠리 40.7%/43.6%/15.6% △골드만삭스(1일 기준) 49.6%/34.9%/15.4% △jp모간 51.4%/36.8%/11.8% 등으로 고르게 분포됐다.

◇기업에 휘둘리는 국내 증권사 의견 불신’…외국사 의견 더 신뢰 

이처럼 국내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매도의견이 드물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매수의견에서 하향조정된 중립의견을 매도 시그널로 해석한다. 아예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매도나 목표가 하향 의견이 나올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다.

국내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에 비해 매도의견이 없는 이유에 대해 보고서 대상기업과의 관계가 꼽힌다.

리서치센터의 매도의견이 없는 건 꾸준히 지적됐던 문제다. 이에 금융당국은 2015년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를 도입해 중립 또는 매도 비중이 높은 증권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고 시도했다. 당시 증권사 36%가 매도의견을 냈고, 전체 투자의견 대비 평균 1.8%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매도의견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기업이 매도비중이 높은 증권사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리서치센터는 증권사와 기업과의 관계가 원활해야 자료받기도 수월해지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기업광고도 걸려있다.

만약 리서치센터가 한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낼 경우 해당기업이 기업탐방을 취소하거나 자료제공에 협조하지 않는 등 불이익을 줄 수 있고, 향후 증권사 사업 확장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는 데 고충이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 기업은 금융상품 판매, 대출, 주식·채권 발행, 인수합병(M&A) 등 기업금융 부문의 잠재적 고객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투자의견을 조정하기 어려우면 목표주가를 조정하는 방식이 쓰이기도 한다”며 “증권사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객관성을 강요하기보다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체계부터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