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자회사 관리 통일…'소방수' 재무통 파견

시간 입력 2022-03-18 07:00:03 시간 수정 2022-03-18 0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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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증자 참여로 재무 상황 파악 필요
애경산업 화장품 사업 위기…투자로 현금 지출도
애경케미칼 그룹 내 존재감 커져

애경그룹이 금융사를 거친 '재무통' 이장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AK홀딩스 사내이사로 추천하는 한편, 이 CFO를 주요 상장 계열사 경영에 참여 시키기로 했다. 특히 수익 구조가 악화된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의 사정을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고 보다 촘촘한 관리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AK홀딩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말 주총을 통해 이장환 CFO(재무팀장)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이 CFO를 애경산업, 제주항공, 애경케미칼 이사회에 참여케 했다. 애경그룹의 주요 상장 계열사인 3곳은 이 CFO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주총 결의안을 확정했다.

AK홀딩스 측은 이 CFO를 "재무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후보자이며, 회사의 재무역량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애경그룹은 기존에도 지주사의 임원이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 양사를 오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고준 상무, 이성훈 CFO가 각각 애경산업과 제주항공의 이사회에서 활동했다. 애경케미칼 이사회에는 지주사 임원이 없다.

자회사 3곳에 이 CFO를 보낸 것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사람에게 일원화해 집중 관리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2019년 박찬영 애경산업 상무가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박 상무는 그룹 리스크 관리 총괄이었다. 이례적으로 애경그룹은 내부통제 전문가인 박 상무에 계열사 여러 곳을 맡겼다. 박 상무의 이사회 활동은 1년으로 짧았다.

애경은 최근 재무팀장으로 이 CFO를 영입했다.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에 있다 롯데그룹으로 옮겨 롯데정책본부 미래전략센터 수석연구원을 역임했다. 작년까지 롯데손해보험 금융투자그룹장을 지냈다. 현재 애경그룹 상황을 볼 때 재무 분야 경험이 풍부한 이 CFO가 적임자인 셈이다.

특히 제주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사정이 어려워지자 AK홀딩스에서 소방수를 자처한 셈이다. 여러 차례 AK홀딩스가 제주항공에 출자해주는 등 자금 거래가 활발해졌기 때문에 제주항공 재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제주항공 영업손실액은 3172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다. 손실로 자본 감소가 나타나면서 부채비율은 600%에 육박했다. 잉여금이 바닥나 작년 증자가 없었다면 자본잠식에 빠졌다.

중국발 화장품 사업 호황으로 승승장구하던 애경산업도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 직전 한 해 600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현재는 200억원대 수준이다. 작년 소폭 이익 개선에 성공했지만, 이는 비용 절감 효과에 따른 것이다.

애경산업은 업황 부진에도 투자를 지속했다. 2020년 용인물류센터, 2021년 청양물류센터를 차례로 증축해 물류망을 보강했다.

애경산업과 애경케미칼(옛 애경유화)이 송도에 연면적 4만3000㎡ 규모의 종합기술원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무산됐다. 애경그룹은 송도 종합기술원을 'R&D 헤드쿼터'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토지를 매입하고 2022년 준공을 목표로 했다.

작년 화학 3사 합병으로 탄생한 애경케미칼은 현재 AK홀딩스 종속기업 가운데 수익 비중이 가장 큰 곳이다. 상장 계열사 중 AK홀딩스 지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애경케미칼이다. 애경케미칼 작년 매출은 1조1163억원으로, AK홀딩스 연결 매출의 약 35% 수준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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