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석유화학·조선철강] 코로나19 험로 속 체질개선 ‘사활’
상반기 실적 부진, 하반기 들어 개선세로…‘그린뉴딜’ 중심 사업재편으로 지속성장 도모
500대기업 > 조선∙철강 | 2020-12-17 07:00:02

올 한해 전통 제조업을 대표하는 석유화학과 조선철강업계는 저유가·저성장 기조의 장기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란 악재를 만나 고난의 행군을 했다. 석유화학 기업은 정유사업 부진에 상반기에만 조 단위 손실을 냈고, 조선철강 기업은 수급불균형과 수주가뭄에 고전했다.
어려운 사업환경에도 성과는 있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산업 전반이 위축됐지만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관련된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증가했다. 조선 3사는 카타르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선 100척 이상을 따내는 반가운 수주 소식을 전했고, 자동차와 건설 등 주요 전방산업 회복에 힘입어 철강사의 수익성도 개선세로 돌아섰다.
이들 업계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 전세계 기업의 화두로 떠오른 현재 신재생에너지 중심 사업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2차전지 등 비정유 사업 강화로 위기 극복에 나섰고, 조선철강은 연료전지 선박 개발 등 신기술 확보와 수소·풍력·태양광 사업 진출로 지속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저유가에 코로나19 타격…사업별 희비 갈리며 실적 ‘상저하고’
석유화학업계 실적은 전반적으로 ‘상저하고’ 현상을 나타낸 가운데 사업부문별로 희비가 갈렸다. 석유화학부문은 코로나19 여파로 1분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이후 곧바로 개선세를 보인 반면 정유부문은 여전히 고전하며 전체 수익성을 발목 잡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상반기에만 5조10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이노가 2조2149억원으로 가장 많은 손실을 기록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달성했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다른 정유사들도 손실폭을 크게 줄였지만 3분기 누적 기준 합산 손실액이 4조8074억원으로 연간 기준 흑자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다. 12월 둘째 주 평균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0.5달러로, 손익분기점(배럴당 4~5달러)에 크게 미달하는 상황으로 4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석유화학 3사의 실적은 선방했다. LG화학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1.9% 늘었고, 한화솔루션은 매출이 5.9% 줄어든 가운데서도 영업이익이 51.8% 증가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까지 대산공장 화재 사고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531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88.7% 급증하며 실적 개선세를 확고히 했다.
◇조선사 수주 뒷심 발휘로 ‘방긋’…철강사도 실적 회복세 ‘뚜렷’
조선업계는 올 6월 카타르로부터 수주 잭팟을 터뜨린 데 이어 수주 뒷심을 발휘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최근 기준 수주액은 78억5000만달러로 목표치의 71%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은 11월 5건의 건조 계약을 연달아 따냈고 이달에도 미얀마 가스전 해양플랜트를 비롯해 LNG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4건을 추가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40억6000만달러 규모의 21척을 신규 수주해 목표치의 56%를 기록했고,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실적은 총 28척, 40억달러로 목표액의 48%를 채웠다. 현재 카타르, 모잠비크, 러시아 등 대형 LNG 프로젝트의 추가 발주가 예상되면서 조선업이 활기를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철강사의 실적도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철강제품 생산과 판매량이 다소 회복되면서 기업의 고정비 부담이 줄었고, 철강사는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보수적으로 관리하며 수익성 하락을 방어했다.
포스코는 2분기 코로나19로 제품 생산량이 급감한 여파로 개별기준 1085억 원의 영업손실을 달성,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다. 다만 3분기 개별기준 2618억원, 연결기준 6667억원의 흑자로 수익성이 개선에 성공했다.
3분기 동국제강과 현대제철도 각각 857억원, 334억원의 영업이익 달성으로 철강 3사 모두 흑자를 냈다. 하반기 들어 코로나19가 지속된 가운데서도 대규모 셧다운이 해제됐고, 자동차와 전자제품 판매가 회복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LG화학·SK이노 소송 장기화…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M&A도 활발
올해 석유화학업계에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이 최대 이슈로 꼽힌다. 양사 모두 소송 결과에 따라 조 단위의 경제적 손해를 입을 수 있고, 미국 내 사업 진행 여부에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소송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올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SK이노와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에 조기 패소 예비결정을 내렸다. SK이노가 이에 불복해 ITC에 의의를 제기, 당초 최종 판결이 12월로 예정됐지만 내년 2월로 한 차례 더 미뤄지며 이슈도 해를 넘기게 됐다.
2010년부터 2018까지 진행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예비결정 결과가 뒤집힌 사례는 없다. 다만 패소하는 측이 수조 원의 손해배상금과 함께 미국 배터리 부품 수출 금지 등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양사가 판결 이전에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속에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참여, 업계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현재 인수를 추진 중인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마치면 자산총액이 80조1530억원으로 증가, 6위 포스코에 이어 7위 그룹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석유화학 2차전지, 조선철강 수소·풍력·태양광 중심 사업재편 박차
석유화학과 조선철강업계는 전통 제조업을 넘어 ‘그린뉴딜’ 대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주력 사업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함에 따라 신사업 진출로 성장을 꾀하는 것으로, 정부의 한국형 뉴딜 정책 기조에서 신재생에너지에 과감히 투자해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최근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톤 체제를 구축해 수소사업에서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미래 수소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철강사는 특히 해상풍력발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2015년 유럽 해상풍력발전 소재 시장 공략에 나선 포스코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 중인 영국의 해상풍력발전 단지 혼시(Hornsea) 프로젝트에 철강재 30%를 공급하고 대만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도 16만톤의 강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마쳤다.
현대제철은 대만·영국·인도·터키 등의 지역 해상풍력발전 구조물에 강재와 후판을 공급했고 세아제강·세아제강지주는 해상풍력 강화를 위해 조직을 신설·개편하고 해상풍력발전 기초구조물 모노파일 등의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조선사도 해상풍력발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석유공사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체계 구축에 나섰고,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 선급인 DNV GL과 부유식 해상풍력 설계기술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석유화학업계는 2차전지 시장에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 위치를 굳히기 위해 전지사업 부문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화토탈은 충남 대산공장에 배터리 분리막 소재로 사용되는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설비 증설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약 400억원을 투입한 이번 증설로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의 연간 생산능력을 최대 14만톤까지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분리막에 집중하고 있다.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등 배터리 4대 핵심소재 중 하나로 현재 연 4000톤, 매출액 100억원 가량의 분리막 판매량을 2025년까지 10만톤, 2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보배 기자 / bizbobae@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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