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유통] 온라인 강화 이유 '재확인'…생존 기로 놓인 오프라인 유통
2020년 이커머스 160조 전망…'포스트코로나' 대비책 마련 분주
500대기업 > 유통 | 2020-12-16 07:00:05

#오후 8시 서울 광진구의 한 대형마트는 마감 세일이 한창이다. 평소 마감세일을 해야할 시간에 영업을 종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고르는 와중에도 마스크 착용 의무라던지 영업시간 단축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심심찮게 들렸다.
◇10년만에 신규점인데…위축됐지만 언택트로 기회 모색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상향 조정된 지난 8일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수도권 내 대형마트가 이와 같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대형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영업 점포는 코로나19 영향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점포가 동시 다발적으로 나왔으며, 강화된 방역 수칙에 따라 관련 비용 역시 만만찮게 지출됐다.
10년만에 신규 출점도 쉽지 않았다. 한화갤러리아는 광교점 오픈일정을 2월 말에서 3월 초로 조정했다. 오픈 전날까지도 위생과 고객 안전을 위해 방역과 소독에 신경썼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안성과 입점 점포인 트레이더스의 오픈 일정을 각각 따로 했다. 고객 안전을 고려한 조치로, 당시 추석 연휴였기 때문에 분산 오픈을 통해 고객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이 적었던 편의점도 상권별로 희비가 갈렸다. 주거 지역과 인접한 곳은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학교나 학원가, 관광지 주변 편의점은 유동인구가 줄면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고, 무인점포를 늘리는 등 코로나시대 대응책을 모색했다.
면세점 업계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여파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으나, 정부의 도움 없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공항점은 운영하겠다고 나서는 면세사업자가 없어 유찰되기도 했다. 재고상품 내수판매, 제3자 반송, 무착륙 관광비행 면세품 판매 등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한 지원책으로 한숨 돌렸지만, 보릿고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14일 서울 광진구 한 대형마트 입구에는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조기 영업 종료 안내 표지판이 놓여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홈쇼핑과 백화점은 고마진 패션 상품이 예년 만큼 팔리지 않아 고전했다. 홈쇼핑은 가을·겨울 신상품 대신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주력했다. 백화점들은 '라이브 방송'과 같은 언택트 소비에 대응하면서 위기 속 기회를 마련하기에 분주했다. 이같은 콘텐츠는 잠재적 큰손인 'MZ세대(2030세대)'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00LIVE'를 통해 고객과 소통을 늘리고 있으며, 신세계백화점은 '마인드마크'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해 콘텐츠 개발에 투자했다. 현대백화점은 네이버와 손잡고 업계 첫 온라인 문화센터를 선보였다. 갤러리아백화점도 라이브방송을 통해 명품을 판매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통업계는 코로나로 인한 외식 감소, 식품 매출 증가, 내점객 급감 등 많은 변화에 직면한 한해였다"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홈쿡 트렌드를 반영한 식품 강화, 점포의 배송기지화, 온오프라인 연계 강화 등을 통해 코로나 국면에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160조 바라보는 이커머스…내년 각축전 예상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누적 거래액은 130조585억원이다. 작년 연간 거래액과 맞먹는 수준으로, 시장에선 올해 거래액이 1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유통 시장이 더 부각됐지만, 코로나19가 완화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내년에는 이커머스 시장이 18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누린 업계는 단연 이커머스다.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했으며, 코로나19로 가속도가 붙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거리두기가 상향될 때마다 주문이 몰리면서 모든 상품이 소진돼 물건을 살수 없거나 주문이 조기 마감되는 등 온라인 수요가 급증했다.
기존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사업 보폭을 넓혀 다음 스텝을 준비했다.
쿠팡은 충북 음성, 광주광역시, 경북 김천 등에 첨단물류센터 건설을 확정지었으며, LG전자, 네이버, 나이키, 월마트 등 국내외 중역급 인물을 영입해 인적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티몬은 IPO(기업공개)를 공식화했다. 상장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하고 준비 절차에 돌입했으며, 최근에는 빅히트 출신의 재무전문가인 전인천 부사장을 영입했다.
위메프는 배달·픽업 서비스 '위메프오'를 분사시켜 배달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1번가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모회사 SK텔레콤이 아마존과 협력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11번가가 수혜를 받게 됐다.
플랫폼 사업자 네이버 역시 CJ그룹과 협력을 예고했다. CJ대한통운, CJ ENM, 스튜디오 드래곤과 지분을 맞교환 한 네이버는 물류, 미디어·콘텐츠 영역에서 제휴를 약속했다.
기존 오프라인 기반 유통기업들의 이커머스 시장 공세도 본격화됐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법인이 내년 7월 출범한다. 사실상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 오프라인 점포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GS홈쇼핑의 모바일커머스 역량은 키우겠다는 큰그림을 그렸다.
롯데쇼핑은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이커머스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그 결실로 롯데쇼핑 계열사 온라인 플랫폼을 한데 모은 '롯데온'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온을 시작으로 롯데가 추진하는 옴니 전략도 속도가 붙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온라인물류센터 '네오003'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투자 효과가 가시화됐다. 실제, 올해 11월 말까지 SSG닷컴 총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경쟁이 치열한 블루오션"이라며 "전통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이 시장에 진입한 이후 큰 움직임이 없었는데 내년에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네이버와 CJ의 협업 시너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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