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건설] '겹악재' 건설업계, 주택·신사업으로 실적방어 '고군분투'
정부 규제 및 코로나19 여파, 선제적 일감 확보 및 신사업 통한 위기 돌파
500대기업 > 건설 | 2020-12-14 07:00:05

올해 건설업계는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부동산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을 떠안은 채 한 해를 보냈다. 해외수주 여건이 팍팍해지면서 국내 주택사업으로 눈을 돌린 탓에 도시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여느 때보다 치열했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비건설업종으로의 진출도 활발했다.
◇ 코로나19 장기화 여파, 해외사업 제동…국내서 돌파구 마련
저유가 및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건설사들은 해외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1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2월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수주액은 94억달러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이후 신규수주 규모는 대폭 감소했다. 3~6월까지 매월 신규수주액은 20억달러는 밑돌았으며 7월에는 2005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인 6만5000달러를 기록했다.
중동을 포함한 주요 해외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진행 중인 사업에 셧다운이 걸리거나 예정된 발주물량이 연기,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해서다.

다만 하반기 들어 장기간 공들인 프로젝트 계약이 체결되며 당초 목표한 해외수주액 300억달러는 넘어섰다. 1월부터 12월 현재(12월11일 기준)까지 누적 해외수주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67%가량 증가한 307억7933만달러 규모다.
문제는 시장 불안 요인이 온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가동에 들어간 사업장은 최소 인력으로 현장을 유지 중인 탓에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코로나19 확산세 역시 사그라지지 않은 만큼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을 통해 일감 확보에 나섰다. 서울·수도권을 비롯해 지방 사업장까지 대형사들의 진출이 이어졌다. 리모델링, 지역주택조합,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사업장까지 수주 영역을 넓혀갔다.
공격적인 수주로 현대건설은 11월 말 기준 전국 15개 사업장에서 총 4조4491억원의 수주고를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현대성우8단지 리모델링 수주에 성공할 경우 2017년(4조6468억원) 실적을 갈아치우게 된다. 롯데건설(2조6326억원)과 포스코건설(2조5617억원), GS건설(2조5092억원)은 나란히 '2조 클럽' 가입했다.
공급실적은 대우건설이 압도적이다. 주택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분양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코로나19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월 말 기준 대우건설은 민간건설사 중 가장 많은 3만2188가구(11월 말 기준) 공급을 완료했다. 연초 계획한 3만4000가구의 94% 정도를 채운 셈이다. 이어 GS건설(2만4606가구), 현대건설(1만9421가구), 롯데건설(1만9292가구) 등으로 집계됐다.
◇자이S&D·대림건설 등 계열사 합병 통한 본업 시너지 극대화
올해는 주요 건설사의 자회사 합병도 줄을 이었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형건설사가 나서지 못하는 소규모 사업장을 공략해 수주 곳간을 채우겠다는 전략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선제적으로 자회사 합병에 나선 건설사는 GS건설이다. 지난해 GS건설은 '자이에스앤디'(자이S&D)를 출범시키고 중·소규모 자체사업을 비롯해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자이에스앤디는 건축공사 및 임대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이지빌에 전신을 두고 있으며 아파트 하자보수를 담당하는 자이서비스를 흡수·합병해 설립됐다.
모회사 주택브랜드 자이(Xi)를 내세운 '자이엘라', '자이르네' 등으로 수주 경쟁력을 갖추면서 올해 두드러진 경영실적을 냈다. 올 3분기 이 회사의 누적 매출액은 23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9% 올랐고, 영업이익은 169억원으로 54%가량 증가했다.
특히 회사 매출액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주택개발부문에서 본격적인 이익 기여가 시작되면서 향후 2~3년간 성장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기간 주택개발부문 매출액은 188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45% 확대됐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말 13억원의 영업손실을 털어내고 흑자전환 했다.
대림산업은 주요 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을 합병한 '대림건설'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대림건설은 7월1일 공식 출범 직후 인천 금송구역, 대전 삼성1구역, 인천 송월, 대전 옥계2구역 등 재개발사업을 수주하며 단숨에 수주 1조원을 넘어섰다.
정비사업 수주물량이 감소하면서 대우건설(8728억원), HDC현대산업개발(6871억원), SK건설(4048억원) 등 '1조 클럽'에 진입하지 못한 대형사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중견사로서는 약진한 셈이다.
대우건설 역시 분산된 자회사 역량을 결집해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지난 8월 강구조물 공사업을 담당하는 대우에스티가 하자보수업을 담당하는 푸르지오서비스를 흡수합병 하는 방식으로 '대우에스티'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대우에스티는 소규모 정비사업과 리모델링 시장 등에 진출하는 동시에 부동산개발,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 스마트홈 등 신사업도 추진한다. 특히 MRO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MRO는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재의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해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모회사인 대우건설과 관련 노하우를 축적한 뒤 업계 전반으로 대행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2022년 대우에스티 상장을 목표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다. 이후 2025년까지 매출 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신재생·친환경 등 비건설업종 진출 활발
대내외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건설사들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움직임도 분주했다.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비롯해 성장 전망이 밝은 비건설업종까지 신사업 영역을 확장해 일감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환경문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우리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판 뉴딜 핵심사업으로 분류되는 '그린뉴딜'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 투자 및 육성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관련 인프라 구축에 2025년까지 총 73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종합환경업체인 EMC홀딩스를 1조원에 인수하며 폐기물처리사업에 진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찌감치 신사업 추진에 나선 GS건설은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회사는 모듈러 주택사업을 비롯해 수처리, 태양광발전, 2차 전지 재활용, 스마트팜, 자산운용업, 데이터센터, 승강기사업 등 다방면에 걸쳐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수처리사업을 영위하는 GS이니마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올 초에는 글로벌 모듈러 주택업체인 폴란드 단우드, 영국 엘리먼츠를 인수했다. 이들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올 3분기 신사업부문에서 4200억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12%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준 381% 확대된 380억원을 냈다.
SK건설은 하반기 신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친환경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안재현 SK건설 대표가 직접 사업부문장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앞서 10월 국내 최대 종합환경업체인 EMC홀딩스를 1조원에 인수하며 폐기물처리사업에도 진출한 상태다.
친환경 연료전지 발전분야에서는 차츰 성과를 내고 있다. 올 1월 글로벌 연료전지 업체와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국내 생산을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 '블룸SK퓨얼셀' 최근 경북 구미 소재 제조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업계 맏형 격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친환경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석탄 관련 신규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등 '탈석탄'을 선언했다. 이후 LNG 복합화력 및 저장 시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수소연료전지 및 해상풍력, 조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스마트팜, 바이오가스, 오염토정화 등 친환경 사업 확대 관련 내용을 담은 '2025 비전'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올해 두드러지는 수주실적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신사업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배수람 기자 / bae@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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